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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외려 늘어난 산재 사망...감축 제언들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11.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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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생계를 위해 일하는 생활의 현장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로 바뀌는 현실이 안타깝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봉화 아연 광산에서 발생한 광산 매몰로 작업자 2명이 고립된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서 관계기관이 구조 총력전에 나설 것을 당부하면서 지적한 산업 현장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고립된 두 작업자 모두 지난 4일 밤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해 '이태원 압사 참사'로 슬픔에 빠진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해줬지만, 다음날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는 화물열차 연결·분리 작업 중이던 코레일 소속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에만 벌써 네 번째로 코레일 작업 현장에서 일어난 사망 산업재해여서 현장작업 안전망 개선제도 취지를 무색게 한다.

하루 평균 1.87명.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이후 지난 9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일일 평균 사망자 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법 시행 이후에 오히려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사업재해 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과 여전히 위태로운 근로자 생명권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고용노동부가 6일 공개한 '2022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잠정)'에 따르면 1~9월에 사망사고가 483건 발생해 51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가 비공식적으로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 492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나 502명이 숨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사고 자체는 9건(1.8%) 줄었지만, 사망자는 8명(1.6%)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53명(243건)으로 절반 수준에 달하고 제조업 143명(136건), 기타가 114명(104건)으로 뒤를 이었다.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이 204명(199건)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끼임 78명(78건), 부딪힘 50명(50건), 깔림·뒤집힘 40명(40건), 물체에 맞음 34명(33건), 기타 104명(83건) 순이다.

최근 산재 사망자는 연도별로 2017년 964명에서 지난해 828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망사고 303건에 320명이 숨져 지난해 상반기보다 사고는 31건(9.3%), 사망자는 20명(5.9%) 각각 감소했다. 상반기만 해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에 개선효과를 불러오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높이게 했지만, 1개 분기 만에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제도 보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특히 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망자 수가 감소했지만,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9월 산업현장 사망사고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올해 1-9월 산업현장 사망사고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상시 근로자 50인(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을 기준으로 나눠보면 법이 적용되지 않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308명(303건)이 사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명(18건) 줄었다. 법이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202명(180건)의 사망자가 나와 지난해 1~9월 누적치보다 24명(9건)이나 늘었다.

류경희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억) 기업에서 37.3%가 발생하고 있어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기업 스스로 사고 예방 역량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예방체계가 작동될 수 있도록 기업 규모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기업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컨설팅 등의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은 사업장의 안전성을 자율적으로 높이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해 근로자 사망사고 같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사업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 예산으로 올해보다 6.6배 늘린 381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도 지원 대상 사업장도 근로자 수 5∼49인인 사업장 1만6000곳으로 올해 2000곳(근로자 수 50∼299인)의 8배로 늘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노동부가 법 위반으로 입건한 사건은 50건을 상회하는 수준인데, 노사 간의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 경영계에서는 법 규정이 불명확하고 대표이사의 부담 책임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이같은 지적이 경영자의 면책 부문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해 왔다.

노동부는 이같은 노사의 지적사항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를 보여주는 사망사고 만인율에서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0.43으로 낮아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0.29)보다는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과 유사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0.13), 독일(0.15)과는 3배가량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이같은 산재 사망사고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유의미한 개선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 충격파 등으로 사회적 안전망 점검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산업현장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선진화 측면 등에서 더욱 치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사망 산재사고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사망 산재사고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0일 노동부는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펠츠만 효과'를 거론하며 “안전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경영자 처벌 위주의 규제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전 도모를 꾀할수록 위험 감수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위험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펠츠만 효과다. 경영자를 처벌하는 규제방식보다 인센티브를 제공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노동계에서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노동자의 자율적인 안전보건 활동 시간을 보장하고, 노사단체가 중심이 되는 산재 예방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우리나라의 안전 관련 정책의 실패 사례를 설명하면서 산재 감축 대책의 핵심은 “노동자 참여 보장의 실질화”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를 대표해서는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 직무대행이 “안전문화 형성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안전비용, 인건비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노사가 안전 확보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유튜브 생중계 등으로 국민 참여가 확대된 이날 토론회에서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중대재해는 사업주, 관리자, 근로자 등 다양한 주체가 역할과 권한에 맞는 책임을 이행할 때 효과적으로 예방된다"고 밝혔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정부 규제의 한계를 느끼고 노사의 자발적 노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점을 들어 그는 ”우리도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사고체계의 전환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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