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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되는 미분양 충격파, 급감하는 공급 물량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2.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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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경기 침체의 실질적 선행지수로 꼽히는 미분양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미분양 주택이 20년 장기평균선을 넘어 7만가구에 육박한 가운데 새해 들어서도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정부가 새해부터 1·3대책 등을 통해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관련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초기분양률 등의 분양 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분양 우려가 증폭되면서 1월 분양 예정 대비 공급 실적은 4분의 1로 급감하고 2월 분양 예정 물량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주택거래절벽 속에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자 지방을 중심으로 공급 속도조절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6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조사한 1월 전국 분양예정단지는 모두 10개 단지, 7275가구(일반분양 5806가구)였지만 이를 재조사한 결과 실제 분양이 이뤄진 물량은 4개 단지 1569가구, 일반분양 1461가구에 불과했다. 공급실적률은 총가구 수는 21.6%, 일반분양은 25.2%에 그쳤다.

2월 예정된 분양물량 역시 급감했다. 이달 전국에서는 총 16개 단지, 1만2572가구(30가구 미만·임대·사전청약 제외)가 분양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9924가구는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총가구 수는 42%, 일반분양은 46% 각각 감소한 물량이다. 전체 예정 물량 중 65%(8149가구)가 수도권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데, 경기도에서 최대 물량(6296가구) 공급이 계획돼 있다. 서울에서는 올해 처음 일반분양(752가구)이 시작될 예정이다.

최근 대구시가 건축심의를 강화하고 신규 접수된 주택건설 사업 승인을 보류하는 등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방에서는 지자체별로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게 직방의 분석이다. 미분양이 급증하고 신규 입주 물량 또한 집중되면서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주택사업 승인을 원천봉쇄하는 방식으로 속도조절에 들어간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장은 예정된 시기에 분양을 진행하지 못하는 단지가 늘어난 것에 대해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면서 분양시장 상황이 악화했다”고 짚은 뒤 “2월 분양 예정 물량 또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통상 1분기는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늘리는 시기인데 예정된 물량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은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동산R114가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2023년 민영아파트(민간분양+민간임대) 분양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국 303개 사업장에서 총 25만8003가구가 분양 예정인데, 지난해 대비 38% 감소한 수준이다. 월별로는 3월 3만4392가구, 2월 2만5620가구, 1월 2만1989가구 순으로 많아 1분기에 계획 물량이 집중됐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공급실적률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로선 미분양 증가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분양 시기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107가구로 전월보다 17.1%(1만80가구) 증가했다.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 만에 최대치로 1년 전(1만7710가구)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 해에 5만가구 넘게 늘어난 급증세는 2008년(5만3345가구) 이후 14년 만이다.

수도권(1만1035가구)에서 전월 대비 6.4% 늘어난 반면 지방(5만7072가구)은 19.8% 급증해 오름 폭이 컸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7518가구)의 경우 5.7% 증가했다.

8개월 연속 증가세로 지난해 7월(3만1284가구) 3만가구를 돌파한 뒤 하반기에만 두 배 넘는 규모로 커졌다.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로 미분양이 ‘과속’ 증가한 끝에 국토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여기는 20년 장기평균선 6만2000가구까지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역대급으로 악화한 분양시장의 빠른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대출금리가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적어도 상반기에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추가 집값 하락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청약 수요자들의 관망세도 길어지고 있다. 초기분양률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청약미달률이 급등해 건설사들의 공급도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월 분양 실적과 2월 계획 물량 [자료=직방 제공]
1월 분양 실적과 2월 계획 물량 [자료=직방 제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민간아파트의 초기분양률은 20.8%로 2015년 3분기 관련통계 작성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초기분양률은 분양 개시일 이후 경과 기간이 3개월 초과∼6개월 이하인 사업장에서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계약 체결 가구 수를 집계한 비율인데, 지난해 마지막 분기 서울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8가구는 반년 내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그간 90%선이 무너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분양시장 급랭으로 20%대까지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같이 낮은 수준은 건설사의 자금난을 키워 특히 중소업체의 줄도산 위기를 높일 우려가 커진다. 시장에서는 사업 초기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로 자금을 확보한 뒤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와 PF를 상환하는 국내 주택사업 특성상 아파트 현장 초기분양률이 지방에선 50%, 수도권에선 60-70%가 넘어야 공사비를 온전히 건질 수 있다고 본다.

지난달엔 청약 미달률이 급등한 점도 분양 공급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1순위 청약 미달률, 즉 청약미달 가구 수를 전체 공급 가구 수로 나눈 결과는 지난해 12월 54.7%에서 지난달 73.8%로 상승했다. 지난해 1월 0%대(0.8)에서 1년 새 70%를 웃도는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렇듯 미분양 증가 속에 각종 분양시장 지표가 악화하면서 주택시장의 경착륙 ‘뇌관’이 될 수 있는 미분양 대책을 요구하는 건설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소·중견 건설업단체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해 연간 미분양 현황이 공개된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고, 건설 중인 미분양 주택도 환매조건부로 매입해줄 것으로 촉구했다.

정부는 2008년 미분양 물량이 16만가구를 넘고 준공 후 미분양도 5만가구를 웃도는 수준이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미분양 주택 매입에 재정을 투입해야 할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 외에도 높은 분양가가 미분양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보는 만큼 매입 이전에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하고, 복합경제위기에 시급한 곳에 국고 지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 여력도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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