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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대회, 웃기지만 흥미로운데?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4.10.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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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도 비우고 상도 받고, 일석이조?

현대인들의 머리는 쉴 틈이 없다. 째질 듯한 알람소리에 눈을 떠 비틀비틀 욕실로 걸어가는 순간, 이 짧은 시간이 그나마 하루 중 가장 머리가 텅 비어있는 시간은 아닐까. 현실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멍때리고’ 있는 순간은 시간이 아깝게 여겨질 정도다. 아무리 달팽이 걸음이라도 조금씩 진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인들, 자신보다 몇 십, 몇 백 끼니도 덜 먹은 새파란 후배들이 어깨를 치며 제치고 나가는 순간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그 안에 무언가를 집어넣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멍때리기 대회는 꽤 귀가 솔깃할만하다. 의도적으로 머리를 비울 시간을 주고 게다가 상까지 준다니, 과부하 된 메모리로 당장 머리가 터지기 일보직전인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제 2회 멍때리기 대회를 고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제 1회 멍때리기 대회는 지난 27일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electronic ship)가 주최하고 황원준 신경정신과가 후원한 이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가장 정적인 존재로, 심박측정기에서 심박수가 가장 안정적으로 나오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물론 크게 움직이거나 딴 짓을 하면 실격처리 된다.

주최 측은 “멍때리기 대회는 빠른 속도와 경쟁사회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멀리 떨어지는 체험을 하는 것”이라는 말로 대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멍때리기 대회의 생생한 현장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식 트위터 계정 서울마니아에 의해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회 당일, 서울마니아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뇌를 쥐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멍때리기 대회 현장은 말 그대로 초점 없는 시선들로 가득 합니다”는 말로 50여명이 참가하고 있는 멍때리기 대회 풍경을 생생히 전달했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의 멍때리기 대회에서는 초등학생 김모(9)양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자에게는 역설적으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트로피가 수여됐다.

웃기고 황당하지만 왠지 구미가 당긴다. 멍때리기 대회를 접한 현대인들은 “평일에 못 만난 친구들 만나느라, 평일에 못 놀아준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주말에도 쉴 수가 없었던 직장인들 아닌가. 소파에 누워 뒹굴뒹굴하는 게 최고의 휴식인 사람들한테 시간 주고 멍때리라고 하다니, 완전 땡큐지”, “취지는 좋은데 참 쓸데없다. 저런 대회를 기획하고 주최하는 사람들도 웃기고 미리 알고 참가하는 사람들은 더 웃기다”, “초등학생이 우승했다는 게 왠지 의미심장하다. 이미 어른들은 머릿속을 텅 비울 수 없을 만큼 생각이 습관이 되어버린 건가. 나도 그 어른들 중 하나라는 게 은근 씁쓸하다”등의 말로 저마다의 솔직한 소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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