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희태 해명, 그 좋던 입담은 어디 가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4.09.15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유권자들은 말 재간이 좋은 정치인에게 환호를 보내기 일쑤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대중연설로 지지자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현직 정치인 중에서는 지난 7•30재보선 때 '박근혜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적지(?)인 호남에서 금배지를 수확한 이정현 의원이 달변가로 통한다. 달변인 정치인이 진정성까지 인정받으면 금상첨화다.

입담 좋기로 치면 박희태 전 국회의장(76•현 새누리당 상임고문)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치인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정현 의원처럼 열변을 토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촌철살인의 기지가 번득였었다.

그런 모습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이번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박희태 해명'에 분노를 넘어 실망을 느끼고 있다. 기지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옹색한 '박희태 해명'이 화려한 전력의 노정객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까움만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현역 시절 무표정한 표정에서 나오는 박희태 고문의 발언들은 기발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것들이 많았다. 이번 ‘박희태 성추행 의혹’ 사건을 예고하는 것이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민주정의당(민정당), 자유민주당(자민당) 대변인 시절 그가 남긴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냐?”라는 말이다. 소설 속의 대화를 인용했다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이 말은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이후로도 자주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이 말은 1996년 총선이 끝난 뒤 거대 야당이 사사건건 여당을 몰아세우자 이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었다.

검사 출신인 박희태 상임고문의 입담은 정계 입문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박희태 고문은 1988년 13대 국회 때 민정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는데, 당시 출마의 변으로 “그냥 나가라고 해서 나왔다.”는 단순 솔직한 말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9단’ ‘총체적 난국’이란 말도 그의 입을 통해 창조(?)됐다. 특히 정치9단이란 말은 지금까지도 정치 거물들의 이름 앞을 장식하는 수사가 되었다. 이 말이 그의 입을 통해 탄생한 때는 1989년이었다. 당시 5공 잔재 청산 등의 과제를 논하기 위해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야당 정치 거물들이 청와대에서 회동했을 때 박희태 고문은 세 야당 총재를 ‘정치9단’으로 추어세운 바 있다. 이들이 “입신의 경지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같은 재기발랄한 언사들로 인해 그는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전설의 대변인’이란 찬란한(?) 칭호를 얻었다. 또 정치인들의 막말에 식상한 국민들은 그의 대변인 재직 시절 그가 정치논평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그이기에 이번 성추행 의혹 사건 이후 나온 '박희태 해명'은 씁쓸한 뒷맛을 남겨주고 있다.

한편 ‘박희태 성추행 의혹’은 그가 지난 11일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다 여성 경기보조원(캐디)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소식과 함께 제기됐다. 박희태 고문은 현재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박희태 고문은 라운딩 도중 경기보조원의 손목을 잡은 채 엉덩이를 치거나 가슴을 찌르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희태 해명'은 “귀여워서 그랬다.”거나 “원래 손녀딸을 유달리 귀여워하는 사람”이라는 등 궤변 수준으로 일관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박희태 성추행 의혹’ 사건을 다루고 있는 원주경찰서는 '박희태 해명'의 진위 등을 포함한 사건 전말을 조사하기 위해 조만간 박희태 고문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