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정치인의 입이 아닌 발을 보면?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4.10.23 0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더니.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추진 과정을 보면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적어도 새누리당의 행동을 보면 그렇다. 적극성이 떨어지다 보니 대항논리에서도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게 요즘의 현실이다.

하긴 '정치인이 말을 할 때는 입을 보지 말고 발을 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치권에 작은 이해라도 걸려 있는 사람들이라면 각별히 새겨야 할 일종의 격언이다. 요즘 공무원연금 개혁방안과 관련된 새누리당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이 말이 꼭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간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마련 움직임이 왜 지지부진했는지 그 이유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엉거주춤한 태도였다. 이로 인해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마련과 이의 추진 속도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 갈등 양상도 노출되고 있다.

이미 그 속내가 드러난 이상 새누리당으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문제에 관한 한 여당의 오락가락 행보가 결과적으로 부작용만 키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엉거주춤한 행보는 이익단체들에게 정부 정책에 힘으로 맞서면 뭐든 막을 수 있다는 학습효과만 키워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 바탕엔 정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새누리당이, 국회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 별로 없다는 현실인식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의 '말 따로 행동 따로'의 행태는 청와대의 폭로(?)로 여지 없이 드러났다. 지난 2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부러 춘추관(청와대 기자실)으로 찾아가 새누리의 최근 행태에 대해 강한 톤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비공개 회동에서 있었던 이야기까지 끄집어 내며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 추진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이중 행태를 출입기자들에게 폭로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다루기 위한 비공개 고위 당-정-청 모임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이 자리에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 나갔던 사실과 김 실장과 새누리당 지도부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자칫 당-청간 신뢰관계에 해를 미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모임에서 김기춘 실장은 공무원연금으로 인해 연간 수조원씩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연내에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새누리당측에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실장이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의 연내 처리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부연했다. 이 자리에 김기춘 실장을 부른 쪽은 새누리당이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의외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새누리당은 당황한 듯 곧바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소방수는 이완구 원내대표였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연내 처리 의지가 철회된 것은 아니라는 뜻을 애써 강조했으나 어딘지 자신 없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완구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연내 처리를 원칙으로 야당과 즉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칙' 등의 어휘를 구사하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을 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등의 확실한 의지는 내보이지 않아 미심쩍은 여운을 남겼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또 "당이 정부 요구에 화답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는 등 여전히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마련과 관련해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자 소속 의원들 사이에선 "차라리 당론으로 정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표를 의식한 나머지 각자가 소신껏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만큼 당론으로 가부를 결정해 달라는 뜻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준비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더욱 기세가 오른쪽은 공무원노조다. 전공노는 지난 20일 안전행정부(안행부) 후문 앞에서 조합원 3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전공노는 이 자리에서 최근 안행부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초안을 "포장만 바뀐 한국연금학회안"이라 폄훼하면서 집단 삭발식을 가졌다.

삭발에 동참한 이충재 위원장은 YTN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밀실논의' 결과로 나온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개혁안대로 하면 공무원연금은 연금이 아니라 적금"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