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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한 압구정아파트 경비원 사망, 이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4.11.0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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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은 갑, 경비원은 을?

태생 자체로 사람을 갑과 을로 나눴던 신분제도는 진즉에 사라진지 오래다. 카스트제도가 존재하는 인도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로부터 미개하다 손가락질 받곤 한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현대에는 태생으로 나누는 갑을 관계 대신 직업으로 귀천을 구분하는 잔인한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압구정 경비원 분신 사건도 뿌리 깊은 직업 멸시가 초래한 비극 중 하나다. 누가 입주민을 갑, 경비원을 을이라 정했던가. 압구정 경비원 사건으로 만천하에 알려진 그들의 열악한 처우, 끝내 들려오지 않길 바랐던 압구정 경비원의 사망 소식이 인터넷을 처연히 물들였다.

입주민의 폭언과 인격모독을 참아오다 분신을 시도했던 강남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의 경비원 이모(53)씨가 한 달 여의 투병 끝에 지난 7일 오전 끝내 숨을 거뒀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7일, A(74)씨를 비롯한 입주민들의 잦은 괴롭힘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노상주차장 내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붓고 분신을 시도했다. 이 사고로 이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수차례 수술을 반복해 받아왔다.

잦은 항의로 화장실조차 제대로 못가며 업무 부담에 시달렸다는 이씨, 그는 심지어 입주민이 “경비, 이거 먹어”라며 5층에서 던져주는 과일까지 받아먹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A씨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해 홧김에 분신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씨,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압구정 경비원 분신 사건은 각종 SNS와 언론매체를 통해 퍼져나가며 많은 이들을 공분케 했다.

사건 이후 고용노동부는 경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현행 최저임금의 90%까지만 지급하도록 한 제도를 내년부터 100%까지 지급하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경비노동자들이 올해 말까지만 근무하도록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는 등 ‘꼼수’를 부려 집단해고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용직 아내와 막 취업한 큰아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둘째 아들은 이씨의 거듭되는 수술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살던 집까지 내놓아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신현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 최소한의 치료비만을 내놓은 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압구정 경비원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은 “압구정역 6번 출구에 있는 신현대 아파트네. 오래된 아파트라도 알부자들만 사는 동네라 주차된 차들도 외제차가 태반인데. 사람들이 돈 버느라 인성을 배울 시간은 없었나보네”, “진심 안타깝다. 처음에 위독하기는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기에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차별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압구정 경비원의 가족들은 입주민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살아생전 남편이, 아버지가 받았던 모욕과 설움을 전해 들었을 때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았을 거 같다”등의 공분을 통탄하듯 쏟아냈다.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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