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17일 201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의신청 접수가 마감된 결과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은 390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출제 오류 논란이 일고 있는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될 경우 자연계 최상위권의 판도가 적잖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대를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과학탐구가 변별력이 있는 거의 유일한 과목으로 알려져 문제 하나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올 수능에서 과학탐구(과탐)를 본 자연계열 수험생 24만5762명 중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학생은 3만3221명으로 전체 과탐 지원자의 13.5%에 이른다.
문제의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을 묻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과 'ㄴ'이 옳다고 보고 정답을 4번이라고 제시했지만 이의를 제기한 학생들은 'ㄱ'도 틀리므로 2번만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BS 수능 교재에서 RNA중합효소가 조절 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한 보기 ㄱ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입시업체들은 이 문항의 오답률은 90%, 평가원이 오답으로 지적한 2번 응답률은 70%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투스청솔, 메가스터디, EBSi가 가채점 정답률을 분석한 결과 이 문항의 정답률은 10~12%로 해당 과목 전체 문제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히 학생들이 복수정답이라고 이의를 제기한 2번을 답으로 고른 학생의 비율은 71~77% 정도로 10명 중 7명꼴로 선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복수정답으로 인정되면 평균점수가 높아져 표준편차가 낮아지고 등급컷도 오른다. 입시업체들은 생명과학Ⅱ의 1등급컷을 40~47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복수정답으로 인정되면 평균점수가 1.5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이 오르면 표준점수는 낮아지기 때문에 등급 구분점수 사이에 있던 학생들의 경우 등급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 이사는 "서울대의 경우 서로 다른 과학탐구 과목 I, II를 응시해야하기 때문에 자연계 상위권 지원자 중 의대 등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 가운데 생명과학II를 선택한 학생이 많은 편"이라며 "상위권 대학의 경우 0.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도 "올해 수능에서 자연계열 학생들이 응시한 수학 B형 1등급컷이 100점으로 추정될 정도로 쉬웠기 때문에 과학탐구 영역의 변별력이 높아졌다"며 "생명과학Ⅱ 8번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될 경우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점수가 촘촘히 밀집된 상황에서 등급구분 점수 부근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등급이 1단계 오르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애초 정답을 맞힌 것으로 파악된 학생들은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와 %포인트 개념을 무시하고 출제해 오류 논란에 휩싸인 영어 25번 문제의 경우 복수정답으로 인정하더라도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학원들의 가채점 결과 정답률은 70~80% 정도로 높고, 복수정답으로 제기한 보기 5번이 답이라고 쓴 학생은 약 4%에 적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이의신청이 제기된 문항에 대해 24일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창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