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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대자보, 내 말 좀 들어주소!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4.12.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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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조선시대에 신문고라는 ‘착한 제도’가 있었다. 고려대 대자보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신문고의 연장선이다. 조선시대 백성들이 절차를 거쳐서도 해결하지 못한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왕에게 직접 알릴 수 있도록 대궐에 설치한 북이 신문고다. 이 시대 청년들도 고려대 대자보라는 북을 두드리며 자신들의 원통함을 만천하에 알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설치된 신문고는 아이러니하게도 백성들의 이용이 엄격히 통제되며 일부 소수지배층의 사익도모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과연 고려대 대자보는 어떨까. 사실 고려대 대자보는 9명 대학생이 모여 써내려간 종이쪽지다. 무시해버리려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고려대 대자보, 여기에 ‘왕’을 비롯한 기득권층이 얼마나 집중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서울 연세대와 고려대 캠퍼스에는 최근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는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 9명이 주축이 돼 만든 대안언론 ‘미스핏츠(misfits.kr)’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을 3장 분량의 전지에 옮겨 담은 것이다. 대자보 안의 ‘최씨아저씨’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가리킨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달 천안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정규직을 한 번 뽑으면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해야 하고 임금피크제도 잘 안 된다”고 말하며 노동시장 개혁을 주장한 바 있다. 쉽게 말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하니 이를 완화하자는 게 최 부총리 발언의 요지였다.

이번 대자보는 “정규직 갉아먹고 ‘노동자 모두’는 얼마나 행복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그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대학생과 최 부총리가 ‘계급장을 떼고’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대화를 나눈다는 가정 하에 이어진 대자보 내용은 20대가 느끼는 허심탄회한 심경을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담아냈다.

비싼 학비와 취업난 모두 주변 친구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며 청년이 자립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고 토로한 대자보는 “아저씨, 다 같이 망하자는 거 아니면 우리 같이 좀 삽시다. 이건 권유나 애걸이 아니라 협박입니다. 우리 ‘같이’ 좀 살길을 찾아봅시다”로 마무리됐다.

고려대 대자보 내용을 꼼꼼히 읽어본 이들은 “고려대 대자보 내용 중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없더라. 완전 공감돼서 더 슬펐다. 하지만 더 슬픈 건 이번 대자보가 그저 목소리를 내는 데서 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대학가를 휩쓸었던 ‘안녕들하십니까’가 생각난다. 오히려 이번 고려대 대자보가 허세도 없고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 “대학생들이 몇 천만 원씩 빚져가면서 학위 따고 1년 이상 ‘취준생’으로 지내며 스펙 쌓기에 올인 하는 게 다 정규직 되려고 그러는 건데, 뭐 정규직을 과보호하지 말자고? 싱글세 이후 또 한 번 듣게 되는 개소리네”등 분분한 반응을 쏟아내며 고려대 대자보 내용에 적극 공감했다. 김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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