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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녀 살인사건, 아! 상실의 시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5.01.0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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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세모녀 살인사건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 초래한 우연한 불상사일까, 그렇잖으면 패자는 영영 고꾸라지고 마는 현 사회의 거친 표면일까? 세모녀 살인사건이 청양띠의 해를 맞아 원대한 꿈과 희망으로 충만해야 할 판국에 짙은 먹장구름을 사회에 던지고 있다. 경제력이 아주 미약한 최하층만 살기 팍팍한 줄로 알았더니, 알고 보니 10억 안팎의 아파트를 가진 중산층조차 앞날이 불투명해 일가족 세모녀 살인사건이라는 해괴하고도 비참한 선택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 탓이다.

 

 

세모녀 살인사건은 장래 희망과 포부를 상실한 일상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실례다. 현재는 손안에 상당한 현금이 있을지 몰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그 다음 날은 내일보다 더 팍팍한 현실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면 불안감은 의욀호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세모녀 살인사건이다.

서초동에 위치한 시가 11억원짜리 44평 아파트, 일본산 고급 자동차인 혼다 어코드, 1억3천만원의 현금자산, 채무 5억원. 강 모(48)씨는 이와 같은 자산을 가졌는데도 아내와 딸 둘을 목졸라 살해하고 본인도 세상을 뜨려고 기도했다. 세모녀 살인사건은 이처럼 경제력이 다소 있는 사람이 저질렀다.

표면상으로는 강씨가 민생고에 허덕인다고 해도 죽음을 택할 이유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씨에게는 사는 낙이 업다. 희망이 없는 삶은 죽음이나 똑같았다. 월세나 전세방에 사는 사람도 재산을 증가시키는 맛에 희망을 키우지만 강남권의 값비싼 아파트를 가진 강씨는 몇 년이 안 되어 재산이 동나리라는 망상에 가까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볍고도 무거운 불안감이 세모녀 살인사건의 배경으로 보인다.

강 씨는 이른 바 남들이 알아주는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외국계 정보통신 회사에서 임원까지 승진했다. 그런 강씨에게도 이 사회는 재취업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파트를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렸고, 그 대출금이 매달 부인에게 주는400만원의 생활비였다. 무직이 창피해 그는 날마다 고시원으로 향하는 딸들에게 아직도 직장에 다니는 것으로 위장했다.

세모녀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강씨의 팍팍한 일상은 단지 그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다. 실은 우리나라 거의 모든 남성이 공감하는 문제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대학교육까지 마치고 그럴싸한 직장으로 매일 출근하는 중년 남성들은 평생직장 개념을 상실한 지 오래다. 누구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세모녀 살인사건이 한 가족만에 국한된 비극이 아닌 까닭에 거기에 있다. 세모녀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은 안타까운과 애틋함, 현실적인 한탄을 드러냈다. 특히 가장으로 짐작되는 사람들 일부는 세모녀 살인사건을 일으킨 강씨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며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세모녀 살인사건 기사에 "제일 공포스러운 점은 현재 누리는 삶을 향유하지 못할 날이 머잖아 닥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이들은 "세모녀 살인사건, 일자리 창출한다고 떠벌리더니 경제를 이렇게 망가뜨린 정치가들이 너무 밉습니다." "세모녀 살인사건 간 건너 불구경하듯이 볼 일 아니네." "앞만 보고 내달리는 인생의 막다른 곳이 어디인지 세모녀 살인사건이 명징하게 보여줬네요." "세모녀 살인사건에서 가장 아쉬운 건 왜 푸릇푸릇한 어린애들까지 희생시켰나"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법원은 8일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씨는 지난 6일 오전 서초동 자택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부인(43)과 큰딸(13), 그리고 작은딸(8)을 차례로 목졸라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하려다 실패했고, 경북 문경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시신들 옆에서는 강씨가 자살을 각오하고 쓴 듯한 유서가 발견됐다. 거기엔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게"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승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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