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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은 도쿠가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5.08.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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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묘해졌다. 롯데 왕국 패권 다툼의 성격이 '형제의 난'을 넘어 부자간의 볼썽 사나운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아버지와, 그 것도 한일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아버지와 패권다툼을 벌인다는 세간의 인식으로 인해 보다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자칫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싸움이 패륜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설사 윤리문제를 접어둔다 하더라도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강공으로 밀어붙일 경우 창업주인 아버지로부터 롯데의 패권을 찬탈하려 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남길 가능성이 커졌다.

그 동안 한일 롯데왕국의 패권 다툼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한국롯데 신동빈 회장 형제간의 일로 치부돼 왔다. 그로 인해 언론에서는 이번 사태를 '형제의 난'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신동빈 회장과 대립하고 있는 주요 상대가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니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임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서명이 담긴 지시서와 육성 녹음 공개 등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지 않았음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 측은 지시서 등의 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령으로 판단이 온전치 못한 신격호 총괄회장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2일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려는 듯 대국민 사과 형식의 영상을 제작해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서울 롯데호텔에 있는 집무실에서 영상을 녹화한 뒤 KBS 방송을 통해 공개한 사과 영상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것과 함께 자신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한국롯데 회장과 일본롯데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공언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또 신동빈 회장에게는 롯데 운영과 관련해 어떤 권한이나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앞서 공개한 지시서와 자신의 육성 녹음이 모두 사실이며 전적으로 자신의 뜻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신동빈 회장 주변 인물들이 당사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이날 신격호 회장의 영상공개는 그 상징성으로 인해 법적 효력과 별개로 롯데의 후계자를 가리게 될 큰 싸움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패권을 두고 벌어질 큰 싸움을 일본 역사 속의 세키가하라 전투에 비유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이 언급했다는 세키가하라 전투는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뒤인 160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반대세력이 벌인 건곤일척의 싸움이었다. 도쿠가와는 이 전투 승리를 계기로 에도 시대를 열며 일본 천하를 통일했고 이로써 1세기 이상 이어져오던 지루한 일본의 센고쿠 시대(전국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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