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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보물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5.12.0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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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로?

스페인 보물선이 발견됐다. 스페인 보물선 발견 소식은 그 자체로 탐험가들의 짜릿한 모험 본능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초등학교 소풍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보물찾기’였다. 선생님들이 ‘보물’ 이름을 적은 조그만 종이를 어딘가에 숨겨 놓으면, 아이들은 나무 위도 살피고 돌도 들춰보며 그 종이를 찾아 다녔다.

생각해보면 보물이라고 해봐야 고작 학용품 정도였을 터 왜 그리 종이를 열심히 찾아다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보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 때문이었으리라.

감춰진 보물에 대한 동경은 이렇게 우리 어린 시절부터 각인된다. 보물 찾기를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간직하다가도 세상이 팍팍해지면 문득 “어디서 보물이라도 나오지 않나” 하는 원색적인 바람을 품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불황이면 보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한동안 경기가 침체되었던 탓인지 최근 미국에서도 보물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오기도 했다.

어린 시절, 탐험 소설에 몰두했던 이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그림이다. 상상이 그대로 현실이 된 스페인 보물선 발견 소식, 그 보물이 제 것도 아니건만 괜스레 흥분부터 되는 누리꾼들이다.

SBS ‘정글의 법칙’은 지난 2011년 10월 21일 첫 방송된 뒤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지를 담아내며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김병만을 비롯한 병만족 일동은 극한 상황에서 의외의 꿀맛 같은 정글 푸드를 맛보기도 했고 다시 보기 어려운 천혜의 환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스페인 보물선이 선사해주는 묘한 설렘과 달리 베일을 벗은 정글 속 생활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마실 물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정글에서 병만족은 매순간마다 끼니와 먹거리를 걱정해야 했다. 이에 아르마딜로와 박쥐 구이 등 야생의 모든 동물들이 식재료로 변신하며 나름의 산해진미가 되어줬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지의 세계는 정법 속 모습과 똑 닮았다. 스페인 보물선 발견은 그야말로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비현실적’ 이야기라 여겼다.

그런데 이 환상 속 이야기가 스페인 보물선 발견과 동시에 현실로 끄집어내졌다. 스페인 보물선 발견 소식에서 미지의 세계는 더 이상 고난의 현실만이 아니었다. 탐험의 스릴과 부의 풍족함이 안겨주는 환상의 세계, 짜릿한 설렘이 스페인 보물선에서는 현실이었다.

1702년, 스페인 함대가 비고만에서 상실한 금과 은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영감을 자극해 소설 ‘해저 2만리(1869)’의 소재로 쓰였다.

상상 속의 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선장 네모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비고만을 찾아 영국함대의 약탈을 피해 자침(自沈)을 택했던 스페인 보물선에서 금을 찾아 썼다. 거의 무한대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원자력 동력 잠수함의 원조로 미국이 1955년 건조한 잠수함의 함명 ‘노틸러스’는 쥘 베른의 소설에서 나왔다.

스페인 보물선과 똑 닮아있는 소설 속 내용, 말랑말랑한 소녀 문학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던 탐험 소설은 또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스의 소설 ‘보물섬’, 작가가 보물지도를 봤다는 아들의 선언에 착안해 지은 이 소설은 한 허름한 여인숙에서 검은 궤짝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보물지도가 들어있는 궤짝, 우연히 보물지도가 짐 호킨스라는 소년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이 소년이 지도를 손에 쥐고 보물섬을 찾아 나서면서 온갖 모험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 이 또한 스페인 보물선 발견 소식과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 이 익숙함이 스페인 보물선 발견으로 ‘리얼’이 됐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듯한 스페인 보물선, 덕분에 전 세계 탐험가들의 모험 본능이 다시금 꿈틀 되살아났을 듯하다.

한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약300년전 콜롬비아 연안에서 침몰한 스페인 대형 선박 산호세호 발견을 칭송하면서 이것이 사상 최대의 보물선 발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호세호가 카르타헤나 남쪽 바루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견됐다면서도 정확한 위치와 산호세호를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다만 국제 전문가팀의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콜롬비아 정부는 아직 침몰된 선박을 사람이 직접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무인 잠수정이 조사한 결과 돌고래 무늬가 찍힌 구리로 만든 대포가 잘 보존돼 있는 사진을 촬영했다면서 이로써 이 침몰선이 산호세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산호세호는 지난 1708년 6월8일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로부터 1100만 개의 금화와 보물들을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다 영국 전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당시 산호세호에는 약 600명이 타고 있었으며 금화와 보물들이 모두 회수되면 그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서 최대 1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스페인 침몰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선박으로 해양 전문가들 사이에 꼽혀온 산호세호는 또 오랜 동안 미국과 스페인, 콜롬비아가 모두 침몰선에 대한 권리를 주장, 법적 분쟁의 대상이기도 했다.

작고한 미 배우 마이클 랜던과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의 백악관 보좌관이던 존 얼리히만 등 미국 투자자들이 소유한 해양탐사회사 '시 서치 아르마다'는 지난 1982년 산호세호의 침몰 지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었다. 콜롬비아 정부는 침몰선의 위치를 확인한 사람 또는 회사에 발굴된 유물에 대한 지분 50%를 인정해온 해양법 조항을 파기, 시 서치 아르마다에 지분 5%만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미 투자자들이 미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지난 2011년 기각됐으며 2년 뒤 연방항소법원에서도 패소했다. 한편 콜롬비아 대법원은 산호세호의 유물들을 둘러싼 국제 분쟁이 해결되기 전 유물을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산호세호가 지난달 27일 이제까지 알려졌던 곳이 아닌 전혀 새로운 곳에 침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산호세호의 유물들에 대해 어떤 해양탐사회사로부터 소유권 주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시 서치 아르마다를 대표해온 다닐로 데비스 변호사는 1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산호세호의 보물들이 회수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호세호가 30여년 전 시 서치 아르마다가 발견했다고 밝힌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는 콜롬비아 정부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산토스 대통령은 보물 회수 작업에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원칙은 콜롬비아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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