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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법조인의 길 다양화가 옳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5.12.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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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이 되는 길을 두고 로스쿨 재학생들과 일반 고시생들간의 충돌이 재현됐다. 이번 충돌은 12월 3일 법무부가 ‘사법시험 4년 폐지 유예안’을 발표한게 단초가 됐다.

로스쿨 학생들이나 고시생들은 그동안 2017년을 끝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법무부의 유예안 발표로 6년 가까이 수면 아래에서 곪고 있었던 법조인 선발제도에 대한 불만들이 일제히 분출된 것이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고시생들은 사법시험의 존치를 일제히 환영하며 그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반면 전국의 25개 로스쿨 학생들과 교수들은 수업을 비롯해 각종 시험을 거부하기로 한 상태다. 갈등이 하루빨리 봉합되지 않으면 내년 1월과 2월로 예정된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 1차시험 마저 무산위기에 있다고 한다.

이같은 갈등의 이면에는 밥그릇 지키기가 자리잡고 있다. 법조인들은 한해 2천명 가까이 늘어나는 데다 시장 개방 등으로 먹고 살기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인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직분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로 제 밥그릇을 지키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선 형국은 그래서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번 갈등의 근본 원인은 2009년 로스쿨 도입때 불거졌던 문제점들이 지금까지 별반 개선되지 않은데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종전 사법시험 폐지의 가장 큰 이유가 됐던 것은 고시낭인 방지와 사회적 비용 절감이었다. 하지만 로스쿨의 과도한 학비와 각종 비리의혹 등으로 이젠 제도 도입의 취지마저 의심받게 됐다.

변호사 시험의 성적과 등수도 공개하지 않아 임용절차가 안개속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신기남 의원의 사례뿐 아니라 정치인 4~5명이 자녀들의 로스쿨과 관련된 부적절한 의혹에 휩싸여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 6월에는 변호사와 교수 등 476명이 “감사원의 전 사무총장,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의 로스쿨 출신 자녀들이 감사원 변호사로 잇따라 채용된 데 의혹을 제기한다.”며 국민감사를 청구했을까.

결국 로스쿨 제도 도입을 위해 그럴듯한 각종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고시생들의 기회만 박탈하는 꼴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 됐다.

그렇다고 과거의 형태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제도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학 및 학사관리, 졸업 사정 등을 더욱 철저히 할 수 있도록 교육부나 법무부의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힘 있는 인사의 개입을 차단해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국민 누구에게나 도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법조인이 추구해야 할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는 기회의 균등을 의미한다. 그런 균등한 기회가 없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 우리 사회 전반에 개방의 바람이 거세다. 소통을 강조하며 폐쇄적인 문화를 벗어던지려 저마다 노력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식의 집단문화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오랫동안 ‘철밥통’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던 공직사회도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고위공무원과 전문직군을 중심으로 문호를 개방하며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폐쇄성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공무원들 또한 사회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겠다며 근무지를 기업체로 옮기는 등 상호 인적 교류를 넓혀가고 있다.

예비 법조인을 선발하는 과정은 일반 공직사회의 개방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이번 갈등은 법조계의 폐쇄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는 듯해 씁쓸하다.

폐쇄성을 걷어내는 차원에서라도 법무부가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는 눈여겨 볼 만하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오직 한가지뿐이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장군과 군 사령관 등은 4년제 사관학교 뿐 아니라 3사관학교나 ROTC, 학사장교 출신들도 있다. 경찰의 고위간부와 청장 또한 경찰대 출신 뿐 아니라 간부 후보생 출신, 고시 출신들도 있다.

법조인은 반드시 로스쿨 출신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혜로운 판결들로 유명한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왕이었다.

이동구 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 부국장(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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