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업다운 논객마당] '진실한 대통령'의 조건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5.12.28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개입이 거듭 논란을 부르고 있다. 삼권분립을 위해 쌓아놓은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걷고 있는 느낌에 소심한 백성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할 따름이다. 항간에 “대통령은 나라 걱정에, 국민들은 대통령 걱정에 잠 못 이룬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 말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인 “대통령은 자나 깨나 나라 걱정만 한다.”의 시중 패러디 버전이다.

박 대통령의 연이은 정당 정치 개입 행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 원수를 상대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탄핵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 직전 언행들과 비교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당 공식회의 석상에서 “과거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돌아보며 자중하기 바란다.”고 엄중 경고했다. 지난 11월 10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를 비난하며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게 해달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여의도 정치 개입을 넘어 선거 개입 논란까지 낳았다. 문제의 발언을 할 당시 박 대통령의 옆자리에는 20대 총선 출마가 예정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앉아 있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총선 출마가 예고된 친박들이 나타나면 “진실한 사람 왔다.”는 냉소적 인사말이 건네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다.

앞서 새정치련 임수경 의원도 지난 6월 25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여당의 원내사령탑”이란 단어를 직접 입에 올리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국민에게 요구한 것을 공론화했다. 이 발언이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려달라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이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압도적 지지’ 요구 발언 등에 대해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위반’ 판정을 내렸던 선관위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정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당시 4.15총선을 두 달 가량 앞두고 연거푸 총선 관련 발언을 했고, ‘열린우리당’이란 당명을 직접 거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의 발언은 총선을 한참 남겨둔 시점에 나온데다 발언 내용이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이 참작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노 전 대통령의 그 것보다 더 거북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선 절박함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문제의 발언들을 쏟아낼 당시 열린우리당은 국회 의석수 50석이 채 안되는 미니 여당이었다. 156석을 확보하고 있는 지금의 여당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현실적 목표는 과반 의석이 아니라 개헌 저지선인 3분의 1 의석 확보였다. 대통령의 정상적 국정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의석수 확보가 절실했다는 얘기다. 

그같은 절박함으로 인해 당시 노 대통령이 극단적 처방의 일환으로 탄핵을 은근히 유도했다는, 소위 탄핵 유도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 속내야 당사자 외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거센 역풍을 불러 일으켜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152석의 거대 여당으로 발돋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두 전현직 대통령 발언에 내포된 절박함의 차이는 노림수의 차이와 직결된다. 노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국정운영 기반 마련을 노렸다면, 박 대통령은 퇴임 후를 노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록 국회선진화법이 속전속결식 국정 운영을 제어하고 있지만 현재 박 대통령은 입법부 내에 거대 여당이라는 든든한 원군을 확보하고 있다. 그 것도 국무회의 모두발언 한마디에 원내대표를 부랴부랴 바꾸어주는 새누리당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물론 법과 상식의 잣대로 보자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박 대통령 발언 이상으로 노골적이었고 일탈 정도도 심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당시 항간에는 “인정할 순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티끌만큼의 정서라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 탄핵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반대 촛불 시위가 열렸던 것이 그같은 국민 정서를 일부 대변해주었다. 그 배경은 대통령의 초법적 행위에 내포된 절박함에 대한 일말의 연민이었다.

하지만 지금 박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연민의 정을 유발할 만큼의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비판 세력들은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의 ‘신독재’ 출현을 경고하고 있다. 그런 박 대통령이 퇴임 후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위해 ‘진박’을 양산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두루 불행한 일이다. 절박함이 없는 욕심은 결국 ‘탐욕’이란 이름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중 고향 조지아 출신들을 행정부 요직에 배치해 ‘조지아 마피아’란 유행어를 낳게 했던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는 퇴임 후 청바지에 안전모 차림으로 홈리스들을 위한 집짓기 봉사활동에 나서고, 틈틈이 교회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와 같은 퇴임 후 일상을 꿈꾸는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국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진실한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박해옥 업다운뉴스 발행인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