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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얼음 사이에서 피는 '봄의 전령사', 복수초!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01.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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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 학명은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일주일새 달력의 숫자가 2015에서 2016으로 바뀌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었지만 엄동설한의 추위는 여전합니다. 몸이 움츠러들면서 꽃이 피는 봄이 간절히 기다려집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새벽은 오고, 북풍한설 중에도 봄은 잉태되어 있습니다. 동작 빠른 꽃들은 이미 꽃송이를 활짝 열 채비를 갖추고 택일만 미루고 있을 것입니다.

복수초가 ‘눈색이꽃’이라는 별칭처럼 눈 속에서 활짝 피어 2016년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그 동작 빠른 꽃 중에 첫손가락을 꼽을 게 바로 복수초(福壽草)입니다. 여러 이름 중 원일화(元日花)니 원일초의 원일이란 바로 새해 첫날을 의미하니 새해 가장 먼저 피는 꽃이란 뜻이겠지요. 실제 강원도 동해시 냉천공원 산비탈에는 제주도보다도 이른 1월 초부터 복수초가 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석회암 동굴지대의 따듯한 지형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눈이 오고 녹고, 다시 날이 추워지면서 얼고, 그렇게 만들어진 빙판 한가운데 복수초가 피면, 그때 이름은 ‘얼음새꽃’이 된다.

이처럼 발 빠른 복수초에 대해 이오장 시인은 “눈에 덮여 숨소리 들리지 않는다고 돌아서지 마세요//… 햇살 가늘다고 비켜나지 마세요/ 불꽃 한 가닥으로 지운 어둠/ 다시 깃들지 못합니다// 가장 일찍 피어나/ 기나긴 숨결로 봄을 여는 나를/ 문 앞에서 잊지 마세요”라고 노래합니다.

전남 여수의 금오산 자락에서 만난 가지복수초. 크고 화려한 꽃이 피는 것과 동시에 연두색 잎이 무성하게 난다.

복수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핍니다. 다만 꽃과 잎, 가지 등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서너 종으로 나뉘는데, 제주도 숲 속에서 자생하는 꽃은 잎이 가늘게 갈라진다고 해서 세(細)복수초로 불립니다. 남부와 서해 도서 지역에서 피는 복수초는 경기·강원 등지에서 만나는 복수초에 비해 꽃의 크기가 갑절 이상 크고 화려합니다. 게다가 꽃이 피는 것과 동시에 잎도 무성하게 자라납니다. 이른바 가지복수초입니다. 그리고 중·북부지역 높고 깊은 산에서 피며 꽃 크기가 아주 작은 애기복수초가 있습니다. 복수초나 애기복수초는 잎이 나기 전 꽃이 먼저 핍니다.

서해에서 ‘꽃섬’으로 널리 알려진 풍도에서 만난 가지복수초.

제주와 냉천공원을 빼고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곳은 완도수목원. 1월 중순쯤 ‘봄의 전령사’ 복수초가 황금색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1보가 전해집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500여km 떨어진 경기도 연천 지장산에서는 일러야 2월 말에나 복수초가 피니 결국 봄은 하루 15~20km 정도의 속도로 아장아장 북상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경기도 연천 지장산에서 피는 복수초. 세복수초나 가지복수초와 달리 꽃이 핀 뒤 며칠 지나야 잎이 나온다.

활짝 핀 복수초는 마치 형광물질을 뿜어내는 듯 강렬합니다. 실제 복수초 꽃 속의 온도가 바로 옆 50cm 떨어진 곳보다 7도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꽃도 전초도 작은 애기복수초

복 받고 오래 살라는 한자명 복수초도 좋지만, 개인적으론 얼음과 눈 속에서 피어난다는 뜻을 담은 얼음새꽃이나 눈색이꽃이란 우리말 이름이 더 예쁩니다.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설련(雪蓮)이라고도 부릅니다.

 
황금색 수술이 유난히 눈에 띄는 복수초, 복수초.

 

제주나 남쪽 지역에서 1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경기·강원 깊은 산에선 5월 초까지도 피니 개화 기간이 5개월 가까이 됩니다. 참으로 긴 세월 피고 지는 봄 야생화의 대명사라 할 수 있습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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