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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누리과정 갈등 결자해지해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1.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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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린이 보육이 정쟁거리가 됐다. 누리과정(3~5세 어린이 대상 통합교육)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정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출산장려 정책과 무상보육을 서로 부르짖으면서 비용은 네 것으로 하라는 게 갈등의 핵심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내돈, 네돈은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그러면서 서로 자신들이 어린이 보육과 복지에 앞장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방교육청과 정부가 벌이는 갈등이 국민들의 눈에는 아전인수의 전형으로 비쳐진다. 갈등의 이면엔 서로 다른 정치색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린이 보육과 교육마저 정쟁의 수단이 된 셈이다.

누리과정은 3년전 전면 시행한 5세 이전의 취학전 아동들을 위한 보육 지원 정책이다. 어린이 한명당 11만원에서 29만원에 이르는 보육 및 교육비가 지원된다. 갈등은 이 돈을 지방교육청이 지불할 것인가,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가를 두고 표면화됐다. 정부는 종전처럼 광역자치단체 교육청 예산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고 지자체와 교육청은 빠듯한 지방재정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더 이상 비용지출이 불가능하다 맞서고 있다.

급기야 서울, 경기, 광주, 전남의 교육청은 올해 지출항목으로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은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당장 이달 말쯤부터 이들 지역의 누리과정 학부모들이 자부담으로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맡겨야 할 위기에 있다. 이들 4곳을 제외한 다른 시·도 교육청도 2~6개월치의 예산만 확보해 두는 등 예산의 지원 주체를 두고 누리과정이 자칫 파행으로 이어져 이른바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같은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대해 광역지자체 및 의회에 예산 재편성을 요구하며 법적 절차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은 교육감의 의무라고 규정한 것에 따른 대응이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교육감은 법적 조치, 교부금 불이익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고 예비비 3000억원을 포함해 담배세 등으로 교부금이 1조 8000억원이 증가하고 학생수 감소 등으로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누리과정에 필요한 전체 4조원은 충분히 확보 할 수 있다고 정부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반면 서울, 경기 등 상당수 교육감들은 지방교육재정부담금이 2조 가량 늘어도 인건비 증가분과 지방채 상환액을 감안하면 쓸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야당측 교육감과 광역시도 의원들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만큼 정부가 필요한 예산을 전액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고 모두가 국고에서만 지출돼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단체장들도 정부예산을 활용하는 공약이 부지기수 아닌가. 이번 갈등은 정부와 정치권이 애초 정책도입 과정에서 예산 문제를 촘촘히 따져보지 않은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 모두가 전면 무상보육이라는 포퓰리즘에 빠져 있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만큼 정부와 정치권, 교육감과 지방의회 등 모두가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의 보육에 필요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누구 돈을 지출하는냐의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데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 보육문제에 정치적 잣대와 이념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20대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터라 정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듯 느껴진다.

지난 6일 17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광주, 강원, 전북 교육감 등이 누리과정 예산 해결을 위한 토론회와 정부 및 각계 대표들이 참석하는 긴급회의 개최 등을 요구한 것에 비해 나머지 다른 교육감들은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형국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참사랑보육학부모회 등 민간단체들은 “여야가 누리과정 문제를 다가올 총선에 이용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며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누리과정에 정치적 셈법은 배제되어야 하지만 정부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다시한번 정책 시행의 문제점과 함께 예산 편성 및 집행의 주체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결자해지하는 자세이다.

이동구 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 부국장(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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