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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이젠 대기업이 나설 때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1.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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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중국발’ 악재가 한국 등 글로벌 증시를 초토화시켰다. 중국 상하이 증시가 새해 첫 거래일 지난 4일 6% 이상 폭락한 데 이어 7일에도 또다시 7% 이상 곤두박질치는 등 패닉 장세를 연출하는 바람에 우리 경제에도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은 11개월째 하락세를 타고 있는 데다 일본과의 원천기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중국의 추격은 턱밑까지 이르러 국내 산업의 경쟁력은 벼량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더해 막장 정치, 분열된 사회라는 악재가 얹혀져 ‘퍼펙트 스톰’(여러 위험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몰고 오는 현상)으로 증폭돼 몰려오는 형국이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새해 경영 화두로 한결같이 ‘변화와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저유가, 중국 경기둔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로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이구동성으로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4일 “핀테크, 모바일 헬스 등 융합 분야에서는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열린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 방침을 ‘산업 혁신 선도 미래경쟁력 확보’로 제시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세상의 빠른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 적극적으로 미래 준비에 나서야 한다”며 “사업방식을 혁신하고 집념과 열정으로 마지막 1%까지 끈질기게 철저히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들 재계 회장의 화두에 진정성에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두산인프라코어 등 중공업 기업들을 거느린 두산그룹은 중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호주머니를 노리는 5년짜리 면세점 특허 취득에 총력전을 펼쳤다. 화약·화학산업에 치중하는 한화그룹도 상징인 63빌딩을 면세점 터로 내놓았고, 삼성그룹의 신라호텔과 범현대그룹의 현대산업개발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분야 역시 면세점이다. 신세계그룹이나 롯데그룹도 면세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10대 재벌그룹이 기껏 한다는 일이 창조나 혁신보다는 손쉬운 인력감축과 경비절감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300명을 승진시켰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500명의 임원을 정리했다. 삼성은 올들어 무려 6000여명의 임직원을 퇴출시켰다. 특히 경비절감을 위해 2016년 VIP 달력까지 제작하지 않았다. 달력조차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삼성의 마른 수건짜기가 얼마나 간절한지 잘 보여준다. 새해 30%의 경비절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금을 적게 내고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세(稅)테크에 골몰하는 회장님들을 보노라면 국민들은 허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의지할 곳은 대기업 뿐이다. 정부가 2009년 법인세를 인하한 뒤 10대 재벌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0조 6000억원에서 612조 3000억원으로 30배 이상 폭증했다. 10대 재벌그룹은 기업 전체 총매출액 가운데 25%, 순이익 중 42%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기업 51만여개를 고려하면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과거 정부의 보호와 국민의 지원을 업고 오늘날의 글로벌 입지를 다졌다. 정부는 외환 위기에서 벗어난 2000년 이후엔 수출 채산성을 맞춰주기 위한 ‘환율 방어’(원화 인위적 평가절하 유도)에 무려 400억 달러(약 48조원)을 쏟아부었다.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의 부담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

국가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요즘, 대기업은 이제 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줄 때이다. 그렇다고 현금 다발로 돌려주라는 말이 아니다. 미래의 먹을거리를 찾아 과감한 투자와 고용에 나서라는 얘기다. 손쉬운 구조조정보다 일자리를 만드는 혁신, 창조적 경영에 몰두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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