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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저 홀로 푸름을 자랑하는 겨우살이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01.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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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학명은 Viscum album var. coloratum (Kom.) Ohwi. 겨우살이과의 상록 활엽 관목.

“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에서)

날이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늘 푸르다는 걸 알게 되듯, 겨울이 되어야 존재가 드러나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겨우살이입니다. ‘껍데기는 가라’는 시인의 외침에 응답하듯 무성하던 ‘나무껍데기’가, 이파리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저 나무 꼭대기에서 사시사철 고고하게 자라는 겨우살이가 겨우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이때 보이는 것은 꽃이 아니라 늘 푸른 잎과 줄기, 그리고 연노랗거나 붉은 열매입니다.

 
 
연두색 줄기와 이파리, 진홍색 열매가 다닥다닥 붙은 붉은겨울살이의 탐스런 모습.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서 담았다

이 시기 짙푸른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겨우살이 열매를, 흰 눈이 겨우살이 위에 가득 쌓인 멋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성적인 야생화 동호인들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겨울 산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정작 한창 봄이 무르익는 4월경 가지 끝에 노란색으로 피는 꽃은 크기가 자잘한데다, 숙주인 큰 나무에 돋아난 큰 이파리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야생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조차도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초록색 줄기와 이파리, 그리고 붉고 탐스러운 열매가 돋보이는 붉은겨울살이. 한라산에서 만났다.

 다른 나무와 풀들이 생명 활동을 거의 멈춘 겨울에도 푸르고 싱싱하게 살아 있다고 해서 겨울+살이>겨우살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다른 나무에 기탁해 겨우겨우 살아간다는 뜻이라고도 하는 겨우살이. 스스로도 광합성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다른 나무에 기생해서 물이나 영양분을 빼앗아 생장하는 반기생식물로서 땅에 뿌리를 내려 보지 못한 채 평생 공중에 떠서 살아가는 가련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겨울 저 홀로 푸름을 자랑하는 특성으로 인해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신을 쫓고 병을 고치는 등의 능력을 가진 영초(靈草)라 해서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겨우살이 아래를 지나가면 행운이 온다거나, 그 아래서 입맞춤을 하면 결혼을 하게 된다는 등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크리스마스 축하파티가 열리는 방 문간에 겨우살이를 걸어놓는 등의 풍습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한여름 참나무의 푸른 이파리에 둘러싸여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겨우살이. 경기도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보았다

국내에 자생하는 종은 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동백겨우살이, 붉은겨울살이, 참나무겨우살이 등 모두 5종. 전국에 분포하는 겨우살이는 참나무 밤나무 팽나무 물오리나무 등에 기생하는 늘 푸른 활엽 관목으로 한겨울 앙상한 가지 위에 까치집 모양으로 등장합니다. 겨우살이의 열매는 노란색인 데 반해, 한라산과 내장산, 가야산 등지에서 자라는 붉은겨울살이는 이름그대로 붉은색 열매가 돋보입니다. 남쪽과 제주도의 동백나무에서 자생하는 동백겨우살이는 가늘고 작은 선인장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밤나무와 참나무에 기생하는 꼬리겨우살이는 다른 겨우살이와 달리 겨울이면 잎이 지고 노란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낙엽 활엽 관목입니다.

 
 
지난 1월 3일 경기도 철원의 한 야산에서 만난 겨우살이. 무성한 푸른 잎과 풍성한 노란색 열매들이 멀리서 보면 전형적인 까치집의 모습이다.

겨우살이의 번식은 새들을 통해 이뤄집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 높은 나뭇가지에 가득 달린 겨우살이의 열매는 새들에겐 최상의 먹잇감이 됩니다. 그런데 그 열매엔 끈적끈적한 점액이 가득 들어 있어, 새들은 열매를 먹을 때 부리에 붙은 점액을 다른 나무의 껍질에 비벼서 닦게 됩니다. 이때 끈끈한 점액에 묻어 있던 씨앗이 나무껍질에 달라붙어 새로운 싹을 틔우게 되는 것입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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