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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칵테일 위기의 실체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1.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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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위기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6일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위험한 ‘칵테일형 위기’(Dangerous Cocktail Threat)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함으로써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 여파로 새해 세계 증시는 1주일 동안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면서 시가총액 4조 2000억 달러(약 5081조원)를 허공에 날려버리는 참담함을 맛봤다.

‘칵테일형 위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유가 쇼크, 경제파탄 상태에 직면한 브라질·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경제위기와 이들 국가의 자금이탈 현상에 이어 신년 벽두부터 몰려오고 있는 중국발 경제성장 둔화 쇼크,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간의 정면 충돌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북한 수소폭탄 실험에 따른 동북아 정세 격랑 등 동시다발로 터지는 시장불확실성을 한데 묶어 표현한 말이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 내 가장 견실한 재정과 성장세를 자랑하는 영국조차도 줄줄이 밀려드는 글로벌 악재에 속수무책이다. 이중 중국발(發)이 우리 경제에 특히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초기 성장 도정(途程)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을 급격히 늘려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외연적 단계’가 주류를 이룬다. 북한의 ‘새벽별 보기 운동’과 같이 노동시간을 늘려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단계가 한계에 부딪히면 그 이후에는 생산 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연적 단계’로 이행한다.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는 이 경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자산 버블 등과 같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은 이런 후유증을 차단할 목적으로 1차로 2004년 하반기부터 1년 6개월 간, 2차로 2010년부터 긴축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삼은 금리 인상은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실패했다. 결국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핫머니 유입→통화 팽창→자산거품→추가 금리 인상’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긴축 기간은 10년 이상 길어졌고 경제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느닷없이 불거져나온 ‘그림자 금융’(감독기관의 규제를 받지 않는 제2금융권)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긴축을 시행하다 보면 2차 악순환 국면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뒤늦게 그림자 금융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긴축정책의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2014년 후반 금리 인하를 중심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당황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사흘 간 기습적으로 위안화를 4.6% 평가절하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7일 0.5% 절하를 추가로 단행했다.

우리 경제는 이런 암울한 대외 변수 외에도 주력 산업이나 기업마다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업을 뺀 상위 2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부실징후기업 비율이 37%로 치솟았다. 영업활동으로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불과 5년 새 12%포인트 늘어났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력 산업으로 꼽히던 철강과 석유화학은 공급과잉과 저유가 쇼크로 휘청거리고, 조선과 해운업은 빈사 상태에 빠졌다. 동양과 STX는 그룹 자체가 사라졌고, 동부는 은행관리 상태이다. 웅진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피나는 자구노력 끝에 겨우 벗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한국경제의 위기 가능성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외환보유액이 위기 발생 시 대외지급 수요를 충당하는 데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최소 외환보유액을 산출한 결과, 우리 경제는 4433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외환보유액(2015년 말 기준)은 3679억 6000만 달러에 그쳐 753억 4000만 달러나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단계를 넘어 이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주력 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한편, 경제 전체를 망가뜨리는 좀비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산업구조 개혁을 하루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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