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업다운 논객마당] 청년에게 필요한 건 야망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1.18 0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중인 ‘청년수당’이 정부와 서울시간의 법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서울시 의회가 올 예산으로 의결한 청년수당 90억여원의 위법성을 묻는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나 대학 졸업 예정자 가운데 중위소득 60% 이하인 서울거주 청소년(19~29세) 3000여명에게 최장 6개월간 월평균 50만원을 활동비로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복지부는 이 정책이 사회보장제도이므로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 도입해야 한다는 데 반해 서울시는 협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복지부는 대법원에, 서울시는 헙법재판소에 각각 관련 심판을 청구, 또는 청구할 예정으로 있다.

 

이번 정책과 갈등의 근본 원인은 청년들의 취업난에 있다. 갈수록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이 늘어나자 조금이나마 지원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정책수립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박 시장의 정치적 셈법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청년을 지원하겠다는 고육지책으로 이해될 만하다. 하지만 청년수당은 서울시 거주 청년들만이 수혜자가 되는 만큼 다른 지방 청년들과의 형평성 문제 뿐 아니라 또 다른 무상복지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정부으로서는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양측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발등의 불만 끄는 데 급급한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보다는 청년 취업난 해소 등 사회,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여야 한다.

취업 대신 창업을 하려고 해도 각종 규제와 사회적인 지원 시스템의 미비로 이마저도 어렵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력과 특출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을 끌어들일 수 없어 청년들의 창업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창업이 어려우니 자수성가는 당연히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실제로 얼마 전 미국의 경제 전문 미디어 블룸버그가 선정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억만장자 400명을 분석한 결과 자수성가형이 259명으로 약 65%를 차지했으나 우리나라는 단 1명의 자수성가자도 없었다. 반면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마이크로 소프트)를 비롯해 상위 10명은 모두 자수성가한 인물이었다. 미국은 전체 부호 400 가운데 125명이나 이름을 올렸고 이 가운데 무려 89명이 자수성가한 인물이었다. 일본의 부호 5명도 모두 자기 손으로 기업을 일군 창업자였다.

우리의 청년들이 창의적이고 큰 꿈을 꾸는 모험보다 안전한 길만을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생 가운데 창업을 희망한 사람은 6%에 불과했지만 중국은 41%나 됐다. 보고서는 한국이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인 데다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창업 활기가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부모들은 자식이 공무원이나 의사가 되길 바라지 창업을 권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 큰 걱정은 젊은 세대의 이런 마음가짐이 확산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통계청의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13~24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공무원이 꼽혔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원에서 9급 공무원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고3, 재수생 수강생 비율이 2014년 5.3%에서 지난해 25.3%로 급증했다.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준비 학원의 경우 전체 수강생 991명중 267명(26.9%) 이 고3이나 재수생이라고 한다. 씁쓸한 사회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라면 당연히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1930년대 쓰여진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은 젊은이들에게 이상(理想)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기였음에도 청춘들에게 만큼은 큰 뜻을 품기를 바랐던 선각자들의 절절한 마음이 녹아 있다. “청춘의 끊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 같이 힘 있다”며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과 부패 뿐”이라고 갈파했다.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특권”이라고도 했다.

비록 현재는 취업이 어렵고 힘든 시간일지라도 꿈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청년이요, 청춘인 이유이다. 우리사회와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야 한다. 수당 10만~20만원을 주겠다는 것보다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Boys, be ambitious(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고 한 미국의 식물학자 윌리엄 크라크(William Clark) 박사의 외침을 위정자들이 되새겨야 할 때이다.

이동구 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 부국장(전 논설위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