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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논객마당] 아동학대 예방 최상책은 관심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1.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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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비인간성이 새해에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심심찮게 이어지던 아동학대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엔 부모가 일곱살 짜리 아들을 숨지게 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무참히 훼손하고 3년 넘도록 냉장고에 보관해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그나마 사회적인 작은 관심으로 자칫 감춰질 뻔했던 비인간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것은 불행중 다행한 일이다.

이번 부천의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사건은 이미 2012년 4월부터 예고됐다. 당시 부천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던 최모 군은 갑자기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전화와 독촉장 등으로 최군의 등교를 독려했으나 부모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최군을 학교로 보내지 않았다. 그동안 관련 자치단체에도 여러차례 통보됐으나 모두가 현장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관심을 쏟지 않았다. 학교, 지역사회가 무관심한 사이 일곱살 짜리 어린 아이는 그해 11월 8일 술에 취한 아버지로부터 2시간 넘게 구타당 한 후 숨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아버지의 폭행과 함께 아들의 시신 훼손에 어머니까지 가담했다는 것이었다. 친부모가 저지른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만행들이 자행된 것이다. 무려 3년 9개월여 동안 학교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지냈다.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일상화된 폭력인지라 알려지기 어려웠던 탓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건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해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의 11세 소녀 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 이후 학교와 경찰, 지역사회 등이 초·중등학교의 장기결석아동 합동점검을 실시하면서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졌다. 사건 전모는 학교 측이 지난 1월 13일 최군의 아버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백일하에 드러나게 됐다.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는 사회적인 관심이 있어야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된 셈이다. 결국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처방전도 이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현재 교육 당국은 장기 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아동학대 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아동 6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별 탈 없이 무사히 학교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범죄에 희생됐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가해자를 밝혀내고 엄벌해야 하는 것이 우리사회가 해야 할 책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학대 조기발견부터 사회보고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보완”을 주문했다. 교육부는 관계법령에 교사의 역할 규정이 미흡하다고 보고 관계 시행령이나 법령을 보완할 계획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25조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 학생이 7일 이상 결석하는 경우 학교에 나오도록 독촉하거나 학부모에게 경고조치하도록 돼 있고 결석상태가 계속되면 읍면동의 주민센터장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실제 현장에서 이같은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관대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박사의 ‘아동학대의 실태와 학대피해아동 보호법제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아동학대로 판정된 신고 건수는 5만 5484건으로 10년간 하루 평균 15.2건에 이른다. 2004년 3891건에서 2013년 6796건으로 74.6%나 증가했다. 이같은 아동학대의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처벌은 관대하기만 했다. 해당 기간 검찰이 재판에 넘긴 것은 32.2%에 불과했다고 한다. 벌금형 약식기소가 12.7%, 나머지는 기소유예 30.3%, 혐의없음 13.4%로 처리됐다. 아동학대 피의자로 조사받은 가해자의 절반 가량이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이는 자칫 피해 아동을 원 가정에 방치하는 경우가 된다”면서 “아동학대 조기 개입과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연구보고서는 밝혔다. 결국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에게 인간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동구 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 부국장(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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