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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마이너스 금리의 득과 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2.2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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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파국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듯하다. 국제유가 하락과 글로벌 증시 폭락,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같은 악재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칵테일형 경제 위기’가 몰려온 것도 모자라 마이너스 금리라는 메가톤급 악재마저 가세함으로써 글로벌 경제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갇혀버린 형국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보다 은행권의 수익성만 떨어뜨려 또다른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재무 건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은행 주식들이 폭락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곳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비롯해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일본 등 5대 경제권에 세계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012년부터 기준금리 가운데 하나인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려 지금도 -0.65%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예치금 금리를 -0.3%로 낮췄다. 스위스는 기준금리 범위를 -1.25%에서 -0.25%로 운용하고, 시중은행이 맡기는 예치금에 적용하는 금리는 -0.75%를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도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레포)금리를 -0.5%로 책정했다. 지난 16일부터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신규로 예치하는 자금에 매기는 금리를 -0.1%로 인하했다.

각국이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목적은 간단하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일본 역시 저유가와 중국 경기 둔화 등 해외 악재에다 소비세 인상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0.1%에 머무는 등 디플레 우려가 커지자 이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금리 인하는 소비자들이 자금을 은행계좌에만 묶어두지 말고 시중에 풀도록 해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시킨다.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면 ‘은행에 돈을 맡기려면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의미인 만큼 매우 강도 높은 부양책이 되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다 보니 소비가 늘어나고 돈의 가치가 떨어져 수출 촉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스웨덴은 지난해 연간 기준 2.8%, 덴마크는 1.6% 각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유럽국가들 중에서 이들 국가의 성장률은 높은 편이다.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스웨덴의 경우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연 2%보다 훨씬 낮은 마이너스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 덴마크도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0.5% 상승에 그친 반면 수도 코펜하겐의 주택 가격이 치솟는 등 부동산 버블이 더욱 심각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의 단기 담보대출 이율이 마이너스로 내려갔기 때문에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15년 상반기에 8% 상승했다. 마이너스금리 상황에서는 저축을 하면 손해를 보고 소비를 해야 이익을 보는 만큼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를 고려하면 가치가 저장되는 상품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부동산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실시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은행권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등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마이너스 금리 도입 국가들의 은행권 손실 규모는 최대로 국내총생산(GDP)의 0.22%에 이른다. 유럽의 도이체방크와 BNP파리바, 크레디트 스위스, 일본의 미쓰비시은행과 스미토모미쓰이은행, 미즈호금융그룹의 주가가 지난해 대비 최저 20%에서 최대 40% 가까이 곤두박질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하지만 각국들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얼마 전 마이너스금리 도입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이 관건인 데도, 결과에 대해 장담하지 못하면서 너도나도 마이너스 금리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드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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