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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딜 발로치, 누가 그녀들을 심판하는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7.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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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킴 카다시안’으로 불리며 SNS 상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찬딜 발로치(26)가 친오빠의 손에 살해됐다. 이른바 명예살인이다.

찬딜 발로치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건 현지시간으로 16일 오전이다. 이날 찬딜 발로치는 파키스탄의 중부 도시 물탄에 위치한 부모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찬딜 발로치의 죽음에 대해 물탄 경찰국장은 “16일 새벽, 찬딜 발로치의 친오빠가 그녀를 목졸라 살해했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특히 보수적인 나라 파키스탄에서 찬딜 발로치는 유독 파격적인 언행으로 뜨거운 화제를 뿌렸다. 트위터 팔로워 4만 명, 페이스북 계정 팔로워 70만 명으로 인기를 입증했던 찬딜 발로치, 그녀는 줄곧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여성의 인권이 탄압받는 파키스탄의 현실을 고발했다.

가부장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남편과 가족의 폭력에 노출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모국을 비롯해 여성을 성적으로 억압하는 국가를 상대로 공공연히 투쟁을 벌여왔던 찬딜 발로치, 이에 대해 파키스탄 사회의 일각에서는 찬딜 발로치를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규범에 저항하고 여성에 대한 각종 규제를 받아들이기 거부한 인물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수적인 파키스탄의 정서에 비추어봤을 때 찬딜 발로치의 언행은 늘 파격이란 이름으로 수식됐다. 최근에도 찬딜 발로치는 파키스탄과 인도 크리켓 경기에서 파키스탄이 승리하면 스트립쇼 동영상을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찬딜 발로치는 라마단 기간 중 호텔 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종교 지도자와 함께 셀카를 찍어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후 찬딜 발로치와 함께 사진을 찍은 종교 지도자는 성직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지난달 찬딜 발로치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하며 파키스탄 정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당시 찬딜 발로치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해외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찬딜 발로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SNS를 찾았다. 찬딜 발로치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그만두라는 협박을 받더라도 끝까지 싸우고 다시 도전할 것이다”다.

찬딜 발로치의 죽음 이전에도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5월에서 6월 사이 무려 세 건의 명예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약 1000명이 넘는 파키스탄 여성이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의 손에 살해당했다.

계속된 명예살인과 이에 대한 비난의 시선을 의식한 파키스탄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지난 2월 공식석상을 통해 사태의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이 강력히 반발했고 여전히 찬딜 발로치와 같은 명예살인의 피해자들은 잠재해 있는 상태다.

찬딜 발로치의 죽음으로 조명된 명예살인은 주로 이슬람권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종의 관습이다. 부모가 주선한 결혼에 딸이 응하지 않은 경우 혹은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은 경우, 외도를 한 경우 등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동을 했다 판단된 여성들을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이 죽이는 것을 명예살인이라 일컫는다.

파키스탄 인권단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한해에만 무려 1096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이란 명목으로 희생당했다. 인권단체들은 신고 되지 않은 명예살인의 건수까지 포함한다면 희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명예살인에 대한 문제제기는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명예를 지키겠단 명목 아래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미개하고도 잔혹한 관습, 많은 이들이 총대를 메고자 했던 찬딜 발로치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는 중이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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