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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한심한 경제살리기 정책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8.0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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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0.7%를 기록한 이후 3분기 내리 ‘0%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기 성장률 0.5%보다 나아졌지만 개별소비세 재인하 등 소비진작책까지 쓴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저조하다. 저성장 기조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저성장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수출과 내수를 살리면 된다. 쉬운 문제 같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수출과 내수가 중병을 앓고 있는 탓이다. 그런 만큼 근본 치료를 위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진통제 주사나 맞히는 대증요법을 쓰면 어떻게 될까. 정부가 얼마 전 내놓은 수출 활성화 대책과 요일제 공휴일 검토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정부의 수출활성화 대책은 종합상사를 다시 수출 주역으로 삼는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사막에서 난로를 팔고, 아프리카에서 오리털 점퍼를 판매하던 종합상사를 다시 ‘수출 한국’을 이끌 구원투수로 기용한다는 얘기다. 종합상사는 1975년 처음 지정된 이후 한국을 세계 6위의 수출국으로 이끈 공신이다. 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95년 수출 1000억 달러를 달성했을 때도 종합상사가 선두에 나섰다. 물론 세제와 금융 등의 부문에서 정부의 지원도 있었다. 1990년대 들어 무역 환경이 기업의 직접 수출 중심으로 바뀌며 종합상사가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런 종합상사를 정부가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수출 감소세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총력 대응’이라는 제목을 달아 비장감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총알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칼을 뽑아드는’ 격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멋진 제품을 개발했는데 수출 방법을 몰라 팔지 못하는 기업들은 이젠 별로 없다. 제품만 좋다면 수출 길은 열려 있다. 남에게 맡기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실속도 훨씬 더 많이 챙길 수 있는데 굳이 종합상사의 도움을 받겠다는 기업이 있겠는가.

내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요일제 공휴일이 필요하다는 발상도 ‘책상 위의 헛 생각’이다. 정부는 업무 효율성 제고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일부 법정 공휴일을 특정 날짜 대신 ‘○월 ○번째 ○요일’처럼 요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법정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쳐 덜 쉬게 되는 일이 없어진다. 미국과 일본은 특정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해피 먼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휴일제도 개선을 위해 하반기 중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외국 사례 등을 토대로 공휴일 제도 전반을 다시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정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지 않도록 연휴를 만들어 내수를 살리자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실질 효과다. 법정 공휴일을 월요일로 정해 해마다 3일 연휴가 되면 국민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돈을 많이 쓸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4일 연휴가 됐을 때의 카드 이용액을 보면 국내보다 해외 사용액이 훨씬 많이 늘었다. 임시 공휴일과 달리 요일제 공휴일이 되면 미리미리 해외여행 떠날 준비를 할 것인 만큼 내수가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미·일과는 달리 광복절, 3·1절 등 특정 날짜에 의미가 담긴 법정 공휴일이 많아 요일로 지정하는 방안의 도입이 쉽지 않다.

반대 단체들은 국경일을 쉬고 여행이나 가라는 날로 착각한 나머지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국경일은 공공기관에서 업무도 보지 않을 만큼 온 국민이 함께 경축하고 기리는 날이다. 때문에 국경일을 뜻 있게 보내야 하는데 여행이나 가는 날로 여긴다는 것이다. 국경일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경제 논리만을 생각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수 침체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 데도 공휴일에서 찾고자 한다면 잘못이다. 1200조원을 훌쩍 넘긴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와 청년 실업문제는 서민과 중산층이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구조로 내몰고 있다. 이런 대책으로 살아날 수출과 내수라면 진작에 살아났을 것이다. 실효성 없는 반짝 대책 대신 수출과 내수를 살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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