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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재벌 일탈과 솜방망이 처벌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8.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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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의 부도덕성과 탈법 행위들이 잇따르고 있다. 평범한 시민들은 상상도 못할 낯뜨거운 일들이 돈의 위력 앞에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재벌 총수의 아들 딸과 손자들은 안하무인격의 갑질로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더구나 이들의 볼썽사나운 행동들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재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올 여름 시민들의 불쾌지수는 더욱 치솟고 있다.

올 여름 가장 민망한 뉴스는 뭐니 뭐니 해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공개가 될 것이다. 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이 회장과 젊은 여성들 간의 성매매를 암시하는 장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것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몇 차례 촬영된 것이다. 동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이 회장의 삼성동 자택과 강남소재의 빌라 등으로 알려졌다.

2011년 11월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에는 “다음 콜까지 예약됐다. 1인당 500만원으로 잡혔다. 복장은 밝은 색으로 입어라.” 등의 젊은 여성 목소리가 들린다. 그해 1월에 촬영된 동영상에는 “샤월할 때 두명이 같이 들어가. 회장님이 넘어지니까 두 명이 부축하라고”라는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는 이 회장의 모습도 비쳐졌다. 누가봐도 성매매 등 부적절한 행위를 의심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삼성을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대한민국의 전자산업을 일본을 앞지를 수 있도록 과감하게 투자, 육성시킨 장본인으로 세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가 호색가들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으로 동영상에 등장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삼성과 관련된 수만명의 직원들은 회장의 낯뜨거운 행동에 큰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회장과 관련된 물의가 빚어져 당혹스럽게 생각한다. 회장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여서 회사로선 드릴 말씀이 없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혹스럽기는 일반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에 현대 BNG스틸 정일선 사장의 갑질 논란도 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열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그는 이른바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로 검찰에 입건됐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3년 동안 자신의 운전기사를 12차례나 교체하며 초과근로를 강강요당한 운전기사는 무려 61명에 달했다고 한다. 기사들에게 신호 따위는 무시하라는 지시와 함께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70~80년대 땅투기 등으로 벼락 부자가 된 졸부들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행동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달 7일에는 백화점 면세점에 입점시켜주는 대가로 30억원대의 뒷돈을 챙겼던 롯데 그룹 총수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배임수재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역시 그룹총수 일가의 위력으로 자릿세를 뜯어내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재쯤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실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달 초에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94)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모씨(57)와 자녀인 롯데호텔 고문 등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탈세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돼 이들에게 법률조언을 해준 대형 로펌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재벌가 인사들의 이같은 불·탈법과 부도덕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제재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국민들의 심기를 또 한번 불편하게 하고 있다. 사실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 사건은 누군가가 돈을 요구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생활을 침해한 정황이 뚜렷하다. 범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 회장이 성매수를 시도했다면 이 또한 성매매방지법을 위반한 것이다. 당연히 검,경의 수사가 뒤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달 가까이 미적대고 있는 상태다. 일반 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지난 1일에는 고 이맹희 명예회장의 혼외 자녀측이 이복형제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형집행정지와 광복절 사면 가능성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재벌들은 젊은 여성들과 성매매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해도 용서되고, 법적인 아내 이외에 여성과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일반화된 것인가. 올 여름 드러난 재벌들의 일탈 행위가 다시 한번 ‘유전무죄, 유전무치(有錢無罪, 有錢無恥, 돈이 있으면 죄도 없는게 되고, 부끄러움도 없어진다)’가 우리사회의 통념처럼 느껴져 씁쓸하기만 하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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