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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이자놀이에 빠진 은행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8.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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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0.25%포인트(p) 내린 이후 은행들은 최근 두 달 새 1~3차례에 걸쳐 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인하했다. KEB하나은행은 이달부터 주요 예·적금 금리를 0.1~0.2%p 내렸다. 6월에 0.1~0.3%p를 인하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2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로 특별 상품인 ‘오! 필승 코리아 정기예금 2016’의 금리는 6월13일 출시 당시 1.6%에서 1주일만에 1.4%로, 이 달 들어서는 1.2%로 각각 낮아졌다. NH농협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린 직후인 6월14일 예·적금 금리를 0.05~0.1%p 내린데 이어 이번에 0.05~0.2%p를 추가로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보다 앞선 지난달 말 예·적금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6월10일 예·적금 금리를 0.05~0.25%p 내렸고 지난달 29일 0.1~0.25%p 더 낮췄다. 반면 수신 금리와 달리 대출 금리를 올리는 ‘후안무치한’ 은행들도 있다. 씨티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아랑곳없이 일부 신용대출 금리와 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신한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월 4.06%였지만 7월에는 4.28%로 0.22%p 올랐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출 금리의 움직임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은행들의 이 같은 영업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예·적금 금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인하하면서도 대출금리는 더디게 떨어뜨리거나 가산금리를 활용해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자 수익 위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도 외환거래 같은 사업 다각화보다 수수료 인상이 고작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다투어 송금과 예금, 자동화 기기(ATM) 와 외환 등의 주요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새로운 수수료를 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6월부터 타행 송금 수수료, 통장·증서 재발급 수수료, 외환 수수료 등을 500∼5000원 더 받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11일부터 ATM 입출금 수수료와 창구 송금 수수료를 200∼1000원, KEB하나은행은 5월 ATM 이체 수수료를 100∼200원 올렸다.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지난해 이자 수익은 2011년보다 14%나 줄어든 33조 5000억원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주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지난해 1.97%p로 떨어졌다. 이를 메우기 위해 비이자 수익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타깃이 수수료다. 계좌이동제와 ISA 경쟁으로 각종 수수료 면제 항목이 늘어난 데다 수수료 인상이 소비자들의 별 저항 없이 쉽게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 16개 시중은행은 전년보다 8% 늘어난 4조 9500억원의 수수료 순익을 거뒀다.

은행들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수수료 인상이 아니라 ‘현실화’, ‘정상화’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거의 없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군색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은행들이 1%대의 쥐꼬리만한 이자를 주면서도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소비자를 봉으로 여겨 경영 손실을 전가하는 행위나 다름 없다. 수수료 인상은 은행의 수익 악화를 해결하는 해답이 결코 아닐 뿐더러 인터넷은행 시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리 잡은 중국에서는 기존 은행과 인터넷은행 간에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인터넷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5대 국유 은행에 이어 12개 민영 은행들도 온라인 계좌이체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이런 판국에 직원의 20% 정도가 억대 연봉자인 고임금 구조, 힘든 해외 영업보다 국내 영업에만 안주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경영, 이자 수익이 총수익의 80~90%를 차지하는 기형적 수익구조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 치중하고 각종 수수료 수입과 예대마진으로 돈을 버는 후진적인 금융시스템을 탈피하기 어렵다. 은행들도 경영 효율화와 고품질 서비스의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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