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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국가신용 상승? 그래서?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8.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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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며칠 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단계 올렸다.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우리 신용등급을 S&P의 AA에 해당하는 ‘Aa2’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S&P의 AA등급은 21개 등급 가운데 세번째 높은 등급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S&P는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하면서 “향후 2년 동안 한국의 신용등급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리와 신용등급이 같지만, 이들 국가의 전망이 6개월 뒤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강등될 확률이 50%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부정적’(negative)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이들 국가보다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AA-)보다는 한 단계, 일본(A+)보다는 두 단계 높다. 우리보다 높은 국가는 독일·캐나다·호주·싱가포르·홍콩·미국 등 6개국 뿐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데 따른 신용등급 하향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S&P는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0~1%대에 그치는 반면 한국은 꾸준히 2~3%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점 ▲단가 채무 비중이 줄고 장기 채무 비중이 커져 대외부문 지표가 개선된 점 ▲한국 경제가 특정 산업 또는 수출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 다변화된 구조를 갖고 있는 점 ▲재정 및 통화정책의 유연성 확대 등을 신용등급 상승 배경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돼 전 세계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 추세인 가운데서도 세계적 평가기관들이 우리 신용등급만 연이어 상향 조정하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무단히 경제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한 결과이고 그냥 막연히 주어진 결과가 아니다”라고 반겼다. 기획재정부도 “선진국, 신흥국을 가리지 않는 전 세계적인 신용등급 하향 조정 추세 속에서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미국 금리정책 방향, 중국 경제둔화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대외 안정성이 부각돼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20여년만의 폭염과 검찰 고위 인사들의 끊이지 않는 비리 등으로 가뜩이나 짜증나는 마당에 시원한 바람처럼 청량감을 주는 소식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상승했다고 해서 경제 전반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이다. 신용등급은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단순 지표, 곧 부채에 비해 정부의 빚 갚을 능력이 좋아졌다는 평가일 뿐이다. 신용등급이 높아졌다고 경제의 앞날까지 밝아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S&P가 1995년 5월 우리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12월 득달같이 ‘B+’로 강등시켰던 기억이 떠오른다. 신용평가는 경제 체질이나 미래 전망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순전히 빚 갚을 능력만을 본 결과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상수지는 52개월째 흑자이고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이지만 어째 됐든 신용등급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브렉시트 확정이나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둔화 등 상존하는 경제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라도 삐끗하면 우리 경제가 곧바로 추락할 수 있다. 중소 자영업자들이 “세월호 참사 때나 메르스 사태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고 아우성칠 만큼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딴판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이미 철강기업들의 냉·연강판이 관세 폭탄을 맞았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무역보복을 감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난국을 돌파해야 할 컨트롤 타워인 정부는 구조 개혁과 수출 다변화 같은 경제 체질의 개선에 팔 걷고 나서기는커녕, 추가경정예산안 하나 달랑 내놓고 국회만 탓하며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 소식에도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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