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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8.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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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 아이들이 어린이집 차량에 치이고, 친엄마나 다름 없어야 할 이모에게 물고문과도 같은 학대행위를 당했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무관심과 학대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전남 여수시 미평동 한 어린이집 주차장에서 두살난 박모 어린이가 9인승 통학차량에 치여 숨졌다. 승합차 운전자는 이 어린이집 원장(56)이었다.

지난 10일 오전 9시15분께 전남 여수시 미평동 한 어린이집 앞에서 박모(2)군이 송모(56·여)씨가 운전하는 9인승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치이는 사고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기록됐다. [사진=전남경찰청 제공 CCTV 화면 캡처]
 

원장은 원생들을 태우고 어린이집으로 온 후 다시 운행하려다 통학버스 뒤편으로 간 박모 어린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채 후진으로 덮치는 끔찍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집 원장의 부주의로 어린 생명이 희생된 사고였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9일에는 광주의 네살짜리 유치원생이 오전 9시10분부터 오후 4시42분까지 무려 7시간 30여분을 유치원 통학버스에 갇혀있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사건이 일어났다. 전국적으로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뙤약볕에 어린이를 차안에 가둬 놓았으니 아이가 어찌 됐겠나. 아이는 지금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 유치원 인솔교사와 원장, 버스기사 등 관련된 어른들 모두가 통학버스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뜨거워지는 차안에서 고통스러웠을 아이를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우리 사회는 이같은 어린이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일명 세림이법)의 시행에 들어갔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집계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어린이 통학차량 교통사고는 756건으로 한해 평균 250건 넘게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220건, 2014년 248건, 2015년 288건으로 매년 30% 정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목숨을 잃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유 분석과 처방은 간단하다. 어른들이 조금만 조심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어른들의 무관심이 결국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제 친엄마와 이모 등 아이들의 보호자마저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학대로 아이들의 묵숨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일 인천에서 햄버거를 먹고 이를 닦던 중 갑자기 숨진 네살 여자 아이는 보름 동안 친어머니(27)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아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양치하던 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바닥에 부딪히게 한 뒤 머리·배·엉덩이 등을 발로 마구 찼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학대는 지난달 14일부터 딸이 숨진 날까지 계속됐다. 말을 듣지 않는다거나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8차례 신문지에 테이프를 감아 만든 길이 45㎝ 몽둥이 등으로 때리고 27시간을 굶겼다고 한다. 네살짜리 여자 아이가 숨질 당시 집안에는 어머니의 직장동료 등 어른 3명이 함께 있었다니 모두가 공범이나 다를 바 없다. 단 한 사람이라도 이성을 잃은 친엄마의 행동을 제지했다면 여리디 여린 여자 아이가 목숨을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전남 나주에서 이모가 세살 조카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역시 한번의 일시적인 폭행이 아닌 수차례에 걸친 상습 학대 탓에 아이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이모는 아이가 숨지기 전 아이의 머리를 다섯 차례나 물이 담긴 욕조에 밀쳐넣는 학대행위를 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모가 어떤 관계인가. 언제든지 엄마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안식처같은 사람이 아닌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안전해야 할 엄마의 품과 이모의 손길마저 위험해졌다면 우리 아이들은 과연 누가 보살펴줄 수 있을까. 공롭게도 지난 10일에는 일곱살 짜리 남자아이를 3개월간 학대하다 숨지게 한 계모(38)와 친 아버지(38)에게 살인죄가 적용돼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러다가 정말로 성인 남녀가 결혼하기 전 일정 시간 부모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한숨이 절로 난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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