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업다운 논객마당] 유명무실한 최저임금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8.22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에는 근로자 6명 중 1명꼴로 최저임금을 제대로 못받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지만 예외조항이 광범위한 데다 위반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놓은 한국은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상승률은 2008~2013년 연평균 5.7%에서 2014~2017년 7.4%로 높아졌다. 반면 2012년 이후 직장인 평균 임금상승률은 3.7%에 그쳤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7.3% 오른 시간당 6470원으로 결정됐다. 시간당 평균임금에 대한 최저임금의 비중은 2010년 40.2%에서 2016년 46.5%로 높아졌다. 그러나 한은 보고서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가 올해 280만명에서 내년에는 11.8% 증가한 31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근로자들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비중은 2010년 12.4%에서 올해 14.6%, 내년에는 16.3%로 각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인상률 못지 않게 결정된 최저임금을 철저히 준수하는 일이다. 전체 근로자의 16% 이상이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법의 안정성과 실효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만하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했을 때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경기 침체로 사업자들의 최저임금 부담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 1차적 원인이겠지만, 정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탓도 크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고용노동부가 적발한 3만 2997건의 최저임금법 위반사업자 가운데 겨우 0.2%만 제재를 받았다. 특히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 위반 적발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저임금법에 예외조항이 많이 있는 데다 경영 애로 등을 고려해 업체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가 단속하려는 의지도 없고 처벌 또한 약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정부도 최저임금법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장 지도·감독과 예방 병행, 법·제도 개선, 인식 확산 등을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정부는 또 법을 위반하는 즉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더욱이 최저임금 인상률이 해마다 무차별적으로 오르다 보니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지급 능력 부족으로 인해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의 70%가 5인 미만의 영세 중소사업장이며, 소상공인들의 25%는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익을 내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법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구분하는 등 업종과 지역·연령 등을 고려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영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한계 업종 등은 최저임금 수준을 맞출 수 없는 만큼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 같은 사정에는 아랑곳 없이 해마다 15.6%씩 올려 최저임금 1만원을 관철하자는 법안을 쏟아내 영세 중소기업주, 소상공인들과 근로자 간의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입이 살림살이가 팍팍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옥죄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 최저임금 부담을 무조건 영세사업장들에 떠넘기고 이들을 악덕 사업주로 몰아붙이기보다 최저임금의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대로 천차만별인 경영 환경을 고려해 업종별이나 지역별로 세분화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경영난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주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세제개편을 통해 최저임금의 일정 수준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