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업다운 논객마당] 한줄기 소나기를 기다리며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8.22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여름은 왜 이리 덥고 짜증스러울까.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분석보다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리사회의 각종 갈등이 불쾌지수를 더 높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사드배치 지역을 둘러싼 갈등에서부터 전기요금 누진제, 가습기 살균제 책임공방에 이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의혹과 사퇴문제 등으로 시민 사회단체, 여·야 정치권 등의 갈등이 유난히 심하다. 더운 날씨에 풀릴 기미 없이 오래 지속되는 이런 사회 갈등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너나없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4년만에 즐길 수 있는 올림픽마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지경이 됐다.

이 가운데서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 문제가 왜 이토록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야 하는 것인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 언론사가 우 수석 처가와 (주)넥슨간의 강남역 부동산거래의 석연찮은 부분을 보도한 것이 꼭 1개월 전이다. 이후 우 수석과 관련된 각종 의혹 보도와 부적절한 정황들이 곳곳에서 불거졌고, 급기야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 지난 18일에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초유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쯤 되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우 수석 관련 의혹과 언론 지적이 결코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우 수석은 당연히 본인 스스로 사퇴하고 검찰의 수사를 통해 억울함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게 공직자로서의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도 그는 즉각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의 공식입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물론 오늘, 내일 당장 우 수석 본인의 사퇴 및 청와대의 경질 등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이를 신속히 정리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설사 우 수석의 주장대로 각종 의혹과 관련돼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지금처럼 일을 풀어나가서는 안된다. 민정수석은 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자리이다. 그런 막중한 자리의 공직자가 수사의뢰됐다면 망설일 것 없이, 일단은 사퇴해야 하는 게 공직자의 태도가 아닐까. 그런 연후에 자신의 결백을 밝혀내는 게 국민 정서상 맞는 행동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에서도 수석비서관들은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면 의당 사퇴 후 진실을 밝히는 순서를 밟았었다. 2011년 당시 김두우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의 구명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 계획을 통보 받은 뒤 물러났고,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2015년 1월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은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이 불거지면서 국회운영위원회가 자신의 출석을 요구하자 부당한 조치라며, 자진 사퇴의 길을 택하지 않았던가.

우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다. 무엇이 우 수석을 그렇게 신뢰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여·야 정치권과 언론이 우 수석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문제로 일부 정치인사는 청와대의 레임덕을 거론하고 도덕성과 권위에 흠집을 내고 있다. 과연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감싸고 있는 명분이 정국의 안정을 찾고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보다 큰 것이란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은 판단과 결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신속히 해야 할 때도 많다. 올 여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며 온 국민을 짜증나게 만드는 문제들 가운데 상당수도 리더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사드 배치는 정교하지 못한 정부의 후보지 결정 과정과 내정 간섭을 성토해야 할 정치인들이 중국을 찾아감으로써 내부 갈등을 증폭시켰고, 전기요금 누진제는 무책임한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응으로 불신과 원망을 키우고 있다. 국민들은 더위에 아우성치고 갈등에 피곤해 하는데 이를 보듬고 불편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할 리더와 공무원들의 태도는 느리고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사회의 리더들이 판단과 결정을 좀 더 빠르고 명쾌하게 해주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올 여름 무더위를 한꺼번에 식혀줄 시원한 한줄기 소나기를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