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업다운 논객마당] 노후가 걱정된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8.29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굴리며 ‘세계 3대 공적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기금의 운용 수준이 주먹구구식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탓에 걸핏하면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이번에는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엉터리 투자나 규정 위반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내부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금운용본부 직원의 32명이 기금 운용 과정에서 27건의 각종 규정을 위반해 경고·주의를 받았다. 6개월 업무에 한해 외부 조사도 아닌, 자체 감사한 결과가 이 정도다. 1999년 연금 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설립된 기금운용본부에서는 ▲리스크관리센터 ▲운용전략실 ▲주식운용실 ▲채권운용실 ▲대체투자실 등으로 나뉘어 총 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감사 지적 사항을 보면 기금운용본부에 정말 노후 자금을 맡겨야 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들은 국내외 주식·채권·부동산 대체투자, 운영전략과 내부 통제 등 여러 분야에서 투자지침을 무시했다. 먼저 투자지침을 위반한 위탁운용사에게 추가 자금 배정 제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기준 이하의 수익을 낸 펀드에 대해서는 전액 회수해야 하는 데도 아예 회수하지 않거나 회수액을 깎아주기도 했다. 지분율 한도를 초과해 국내 주식을 사들이거나 당국의 승인 없이 특정 주식을 초과 보유하기도 했다. 자신의 행위가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조차 모르는 한심한 직원들도 있다.

내부 통제도 온통 허점 투성이다. 방만한 기금 운용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낙하산 인사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은 지난 2월 선임되자마자 자신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그가 바로 전 대표를 맡은 자산운용사의 5년 누적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능력보다 연줄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학교 동문이지만 학계와 투자업계라는 각자 다른 분야로 진출해 관계가 전혀 이어지지 않았고 지원할 때 사전·사후 논의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본부장은 당시 청와대 수석의 고교와 대학 1년 후배다. 공단 이사장과 인사문제로 충돌한 전임 본부장도 전 경제부총리의 후광으로 선임됐다는 후문이 나돈 상황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는 전 부총리와 고교 동기동창이다. 내부감사 결과가 대부분 전임 본부장 재임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되는 조직에서 투명한 기금운용을 바라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문제는 세계 연기금들이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데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국가 재정에서 연금을 충당하는 국가들의 연금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선 나라가 14개국에 이른다. 프랑스와 폴란드는 300%를 넘어섰다. 국가들이 연금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만큼 연금 자금조달이 ‘한계상황’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연금 수혜자들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65세 이상이 생산인구의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저금리로 현상으로 인해 운용수익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본과 독일에선 연금 운용기관의 수익 기반인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수익률 저하를 견디지 못해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등 각종 대체투자 수단을 찾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다.

이런 판국에 연금공단은 5조 4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했다가 2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손실을 봤다. 우리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급액을 감안하면 70만명 이상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도 이번에 적발된 직원 중에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공단은 “일하면서 발생한 착오나 실수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미비한 것을 고치라는 취지”라고 강변했다. 아마추어 수준의 투자운용 역량과 이같은 안이한 대처로 어떻게 기금운용 과정의 적폐를 뿌리뽑겠는가. 결국 감사원이 칼을 뽑아들 수밖에 없다. 기금운용 전반을 감사해 대수술이 필요하다. 제때 수술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