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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생화 기행] 가을의 길목 밝히는 특산식물, 금강초롱꽃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08.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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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

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가장 무더운 8월’로 기록될 것이라고 너나없이 호들갑을 떨듯 올 여름은 쉽사리 물러나질 않습니다. 입추·처서까지 지났건만 늦장 부리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노염(老炎)이 참으로 길고 짜증스럽지만, 늘 그렇듯 달이 차면 해가 기우는 법. 지루하고 혹독한 폭염 속에서도 이미 가을은 무르익고 있습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인 8월 하순 늦더위 속에서도 ‘가을의 전령사’ 금강초롱꽃이 하늘에서 낙하산이 떨어지듯 꽃송이를 활짝 열고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가 유독 긴 때문인가. 가을의 길목을 밝히는 계절의 전령사인 금강초롱꽃은 더없이 진한 색으로, 풍성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개화 시기도 빨라 설악산 대청봉에선 이미 지난 7월 중순부터 금강초롱꽃이 하나둘 꽃잎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금강초롱꽃이 아침을 햇살을 받아 청사초롱 불 밝히듯 숲 속을 환히 밝히고 있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지만, 어디 금강초롱꽃 한두 송이로 성에 차겠습니까. 폭죽이 터지듯 하늘을 가득 메우는 꽃다발을 만나지 않고서야 어디 금강초롱꽃을 보았다고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다행히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가평의 화악산을 비롯해 경기·강원도 곳곳의 높은 산에서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자 야생화의 제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금강초롱꽃이 청사초롱에 불을 밝히듯 하나둘 피어나고 있어 누구든 길을 나서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화악산과 광덕산 명지산 용문산 복주산, 그리고 설악산과 태백산 오대산 대암산 도솔산 등 경기·강원도의 명산들이 바로 금강초롱꽃의 자생지입니다.

 

금감초롱꽃속에는 꽃색이 청자색인 금강초롱꽃과 흰색인 흰금강초롱꽃, 그리고 꽃받침이 넓은 검산초롱꽃 3개 종이 있는데 모두 우리니라 특산식물이다. 사진은 꽃색이 거의 흰색에 가까운 금강초롱꽃이다.

초롱꽃은 물론 산나물로 즐겨 먹는 더덕과 도라지를 비롯해 만삼과 소경불알, 모시대, 잔대 등이 모두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 초롱꽃과의 식물입니다. 그중 꽃의 생김새나 색 등 관상미가 가장 뛰어난 금강초롱꽃은 우리 민족 누구나 백두산만큼 각별하게 여기는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된 초롱꽃으로, 그저 많은 야생화 중 하나라는 의미 이상을 내포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즉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특산식물이기 때문입니다. 금강초롱꽃은 다시 금강초롱꽃과 흰금강초롱꽃, 검산초롱꽃 등 3개 종으로 나뉘는데, 셋이 모두 한반도 특산입니다.

 

화악산 정상 부근에서 주변 산줄기를 굽어보는 금강초롱꽃과 설악산 흘림골 여심폭포 계곡에 핀 금강초롱꽃. 경기 · 강원도 일대 여러 산에 비교적 많은 개체 수의 금강초롱꽃이 자생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금강초롱꽃에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제 식민 지배의 슬픈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국제식물명명규약(CBN)에 보고된 학명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가 생생한 증거입니다. 즉 일제 강점기 한반도 식물 연구를 선점했던 일본인 식물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 1882~1952)이 1911년 금강산에서 세계적인 특산종인 금강초롱꽃을 발견하고선, 자신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의 공을 기린다며 학명의 속명에 하나부사(Hanabusa)를 가져다 붙이고 맨 뒤엔 자신의 이름 나카이(Nakai)를 쓴 것이지요. 그는 조선총독부의 후원 아래 1909년부터 1932년까지 전국을 돌며 2만여 점의 식물을 채집하는 등 한반도 식물 조사·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 고유종 527종 가운데 62%인 327종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국제적인 학명으로 등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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