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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무역전쟁에 대비하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9.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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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전쟁의 조짐이 보인다. 미국의 양적 완화와 유럽연합(EU)의 마이너스 금리 등 통화·환율전쟁, 보호무역 장벽을 쌓아올리는 관세 전쟁에 이어 이젠 과징금 전쟁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가 간에 ‘총성 없는’ 보복에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EC)는 며칠 전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애플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 추징 명령을 내렸으며,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해온 구글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지불하라고 발표할 예정이다.

EC는 회원국 아일랜드에 대해 애플이 2003~2014년에 덜 낸 세금 130억 유로를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이자까지 더하면 무려 145억 유로(약 18조원)에 이른다. EC는 또 구글 등 인터넷 검색엔진이 뉴스 미리보기를 표시하는 경우 언론 매체들이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급진적인 지적재산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곧 공식 발표될 이 제안은 검색엔진과 콘텐츠 제작자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해 대형 온라인 사업자의 힘을 희석하는 것이 목표다. EC는 다음 타깃으로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둔 아마존과 맥도널드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세금 전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던 EU는 펑크난 재정을 메우는 방편으로 기업의 편법 탈세를 주목했다. 그 중에서도 ‘먹음직스러운’ 애플과 구글, 아마존 같은 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이 유럽에서 돈을 번 만큼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의심하던 EU는 회원국 아일랜드에도 비판의 눈길을 보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다. 이도 모자라 각종 명목으로 추가 할인도 서슴지 않아 유럽 내 조세회피처 역할을 한 것이다. EU 당국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애플에 대한 법인세 실효세율은 최저 0.0005%까지 떨어뜨리는 대신 일자리를 얻었다. 애플이 5500명을 고용하는 등 700여개의 미 기업들은 14만명의 아일랜드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덕분에 아일랜드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을 무려 26.3%까지 끌어올리는 경이적인 실적을 냈다.

자국 기업이 당하니 미국은 발끈할 수밖에 없다. 미 백악관은 EC의 결정이 “일방적인 접근”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국제사회에서 공정한 조세 시스템을 만들려는 미국과 유럽의 공조가 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도 “EC의 이번 결정이 보다 넓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EC의 결정은 유럽에 대한 외국인 투자 기반을 침해하고, 유럽의 비즈니스 분위기와 미국-EU 간 경제 파트너십 정신을 해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미 의회도 강하게 반발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대서양을 두고 맞댄 미국과 유럽에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벌써 미국내 유럽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검토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그렇지만 EU의 세금 폭탄은 사실 유럽 기업에 대한 미국의 과징금 폭탄을 보복하는 의미도 없지 않다. 미국은 2014년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에 수단·이란 등에 대한 제재 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89억 달러(약 10조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배출가스 조작 물의를 빚은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에는 150억 달러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지금은 미- EU 간 과징금 보복전쟁이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은 상시 진행형이다. 우리도 주요한 피해 당사자다. 미 정부는 지난 주 한국산 철강재 냉연강판에 24.24~64.68%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우리나라는 7월 말 기준 미국 등 31개국에서 모두 179건의 수입 규제를 받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위생 및 검역과 기술장벽으로 규제를 당한 게 1600여건에 이른다. 중국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무역 보복의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선 기술 장벽을 통한 대비와 타개만이 살 길이다. 기업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겠다는 기본으로 돌아가고 정부도 기업이 마음껏 연구·개발(R&D)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사업을 할 때 절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해외 진출 기업들은 애플의 후폭풍 대응책도 미리미리 세워야 한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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