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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공수처 재촉하는 법조 비리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9.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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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전 검사장의 위법행위에 이어 부장검사의 일탈행위가 또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인천지법의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전 대표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대법원장이 대 국민 사과성명을 냈다. 그 어느 조직보다 맑고 깨끗해야 할 법조계의 구린내 나는 민낯이 최근 몇달새 잇따라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립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 등 법조계가 결국 스스로 권위를 지켜나갈 수 없는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7일 사건 청탁과 스폰서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46)의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곧바로 김 부장검사에게 2개월 간의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금융공기업에 파견 근무중이었던 김 부장검사는 고교동창 사업가가 고소된 사건과 관련해 서울 서부지검 담당검사 등에게 사건무마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장 검사의 친구 김씨는 회사자금 15억을 횡령하고 거래처를 속여 50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김 부장검사는 그런 김씨를 자신의 스폰서로 생각하며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7억여원을 가져갔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이를 미끼로 김 부장검사를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김 부장검사는 강남의 술집 여 종업원과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술집을 이용할 때마다 100만~200만원의 비용도 대납시켰다고 한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김 부장검사의 행위는 시정잡배들의 막장행각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의 어느 누구보다 정의롭고 청렴해야 할 검사, 그것도 부장검사가 부정한 돈으로 술집을 드나들고, 내연관계의 여자까지 뒀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검사에게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줄 것이라 기대하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했다니 허탈하기 그지 없다. 얼마 전 구속 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의 120억원대 주식대박 과정보다 훨씬 저속하고 한심스런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사법부에서도 낯 부끄러운 일이 터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6일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전 대표에게서 1억 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재판에서 편의를 봐준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대법원장이 판사들의 비리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는 벌써 3번째다. 피고인의 생사 여탈권을 갖고 있는 신성한 법관이 금품이나 향응에 사법권의 권위와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변호사들의 일탈까지 고려한다면 법조계 전체가 과연 법을 수호하고 정의를 지키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조직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와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징계현황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종 비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판사는 10명, 검사는 46명에 이른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이 가운데 11명은 금품과 향응 수수로 적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경우는 검사 2명을 포함해 3명이 전부다. 판사는 정직 1년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였다고 한다. 이른 바 솜방망이 처벌이다.

결국 검찰과 사법부 등 법조계는 자정능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공수처 신설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7일 야당이 검찰 개혁 핵심 방안으로 추진 중인 공수처 설치 법안의 심사와 관련해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 이상 법원과 검찰의 자정노력을 믿을 수 없다.”면서 “야당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을 법사위에서 조속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어떤 인물로 채워질지 모르지만,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사법부, 변호사들 모두가 신뢰를 잃고 있는 현 상황을 부끄러워 하며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라는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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