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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가계부채 관리, 제대로 하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9.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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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뭉칫돈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 침체로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투자자들마저 저금리를 활용해 부동산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청약경쟁률이 평균 100대 1, 강북의 재건축 단지도 평균 21대 1을 각각 기록하는 등 서울 아파트 값은 9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가 수천만원 더 오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달 정부가 신규 아파트 물량을 축소하겠다는 내용의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는 데도 부동산 시장의 주택 가격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 축소는 ‘희소가치’에 대한 기대심리로 수도권과 지방 공공택지 내 미분양 아파트를 찾는 투자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주택 구입을 망설였던 수요자나 투자자들까지 들썩이고 있다. 주택공급 물량을 적정선으로 유도해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되레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이 실효성이 없자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불려 온 가계부채를 방치하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만큼 그대로 내버려둘 수만도 없다. 그렇다고 섣불리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부동산은 물론 경기 전체가 크게 고꾸라질 수도 있는 까닭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올 상반기에만 54조원 늘어나며 1257조원을 기록했다. 2013년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뒤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연말에는 1300조원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4%에 이른다. OECD 23개국 평균치인 130.5%를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135%였다가 최근 105%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집단대출을 비롯한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올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분(54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26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 영향이 크다. 2014년 7월 정부는 경기를 살린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을 각각 60%와 70%로 완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라고 부추긴 셈이다.

그러던 정부가 올 들어 부동산 과열 조짐이 보이자 입장을 바꿨다. 지난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수도권에 도입하더니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래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아 ‘8·25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만 더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일자 추가로 보완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집단대출 시 소득 확인,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건수 제한,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 도입 등 예고된 대책의 시행 시기를 앞당겼으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정책 의지가 미적지근한 탓도 있지만 가계부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근본 원인이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금융 건전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등 발언을 되풀이하며 불안감 잠재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대증요법식 처방만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당초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등이 지난달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임팩트’ 있는 내용은 빠진 채 공급축소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발표 당시부터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은 이런 우려가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내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는 만큼 가계부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제 가계부채 관리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할 때이다. 여기에는 고통과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정말 위험 수준이라면 DTI 등 과감한 규제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확실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 어정쩡한 태도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다 놓친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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