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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또 허점 드러낸 재난 대응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9.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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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사흘 앞두고 발생한 경주의 지진은 다시 한 번 우리의 허술한 재난 대응 시스템을 확인시켜 줬다. 국내에서는 현대적 지진 관측 체계를 구축한 이래 가장 큰 지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관련 기관들의 대응은 형편없었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형 인명사고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세월호 사건처럼 될 뻔했다는 게 국민들의 반응이다. 정부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각종 자연재해 등 대형 재난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하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그 동안 한반도에서는 없었던 규모 5.8의 강진이었다. 경주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인근 포항, 울산, 부산, 대구 등지의 주민들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흔들림에 아연실색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와 허둥지둥 했다. 기와집 지붕이 떨어지고 담벼락이 무너지고 가재도구들이 흐트러지며 다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상당수 주민들은 지진 후 몇 시간이 지나도록 어찌 해야 할지를 몰라 거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럴 때 힘이 되어 주어야 하는 곳이 바로 119, 경찰, 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의 재난담당부서라 할 수 있다. 특히 지진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야 하는 국민안전처는 초기에 신속히 대응해 불안한 국민들을 안정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이번 지진발생에서 보여준 초기대응 수준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국민안전처의 경우 재난알림문자를 지진발생 9분 후에야 영남지역 주민들에게 내보냈다. 재난알림문자는 재난 상황을 최대한 빨리 국민들에게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고 심각한 2차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안전처는 지진이 발생한지 한참 후에야 알림문자를 보냈다니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진의 여파는 수도권까지 확산됐다는데 알림문자는 영남권에만 보낸 것은 또 무슨 연유인가. 국민안전처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안전 컨트롤타워로 출범시킨 기관임에도 아직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의 대응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차 5.1의 지진에 이어 2차 5.8의 본 지진과 여진이 이어질 때에도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었다. 적어도 방송사는 지진 발생 사실을 즉각 알리고, 대처 방법과 대응 매뉴얼 등을 내보내며 주민들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여기에 휴대전화와 카카오톡 등이 끊겨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진 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월성원전 1~4호기는 지진 발생 후 4시간이 넘게 계속 가동됐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날 지진은 앞서 밝혔듯이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인 데다 규모 5.8의 본 지진 이후에도 무려 300차례가 넘는 여진이 계속됐다. 그런데도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인근지역에 위치한 월성원전의 가동을 멈추는데 늑장 대응했다니 국민들은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처럼 대규모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저 천지신명께 감사할 따름이다.

보다 못한 대통령마저 한심했는지 “이번 지진을 거울삼아 지진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부디 이번만큼은 책상머리에서 짜낸 재탕, 삼탕의 대책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점검을 통한 효과적인 대응 시스템을 갖춰주질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 차제에 국내 원전의 배치문제와 일반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주 지역은 지진 발생의 빈도가 높다는 활성단층으로 알려진 데다 부근에는 울산, 부산 등지까지 무려 16기의 원전이 밀집돼 있다. 이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심도있게 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 지역에 이번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인 대재앙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위험시설물이 한 곳에 밀집해 있다는 것은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이번 지진을 통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한 만큼 각종 건축물의 내진설계 의무 비율을 한층 높여야 할 것이다. 현재 건축물의 6.8% 정도만 내진설계가 돼 있다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지진 등 자연재해의 위험을 더 이상 운에 맡겨둬서는 안된다. “서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일본보다 훨씬 더 참혹할 것이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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