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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진실만이 의혹을 해소한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9.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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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긴 힘들지만 놀랍지 않을 수 없는 의혹사건이 또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와 전경련이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을 거둬들였고, 청와대 수석과 대통령의 지인까지 등장하는 블럭버스터 급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정감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라 발끈하며 총리와 대통령까지 나서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또 한번 진실게임에 빠져드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것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배경과 과정이다. 이들 재단이 왜 설립됐고, 대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800억원대의 누구의 주도 하에 어떤 목적과 과정을 거쳐 걷히게 된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들 재단의 탄생 과정에 의혹의 시선을 맨 처음 보낸 것은 TV조선이었다. TV조선은 지난 7월 27일 단독기사 형태로 삼성, 현대, SK 등 16개 그룹 30개 기업이 미르재단에 486억원을 낸 것에 청와대 비서관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8월에도 4~5차례 보도하며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김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을 거론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겨레신문이 이를 집중 보도하면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과의 관련성도 언급,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게 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국내 19개 대기업들이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에 437억을 기부했고, 지난 1월에는 K스포츠 재단에 288억원을 출연했는데 이 과정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신문들은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두 재단 설립당시는 경제수석)이 모금에 적극 나선데 이어,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에 휩싸인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의 지인들이 재단 이사로 등재됐다며 구체적인 인물명까지 거론하고 있다. 또 재단 설립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인가를 단 하루만에 처리해주는 등 여러가지 특혜와 함께 설립목적이 대통령의 퇴임 후를 책임지는 성격의 재단이 아닌가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과 비교하는 보도까지 잇따랐다.

언론보도가 의혹 수준을 넘어 사실로 밝혀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임기 중반을 넘어선 박 대통령과 이번 정권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당연히 야권에서는 국정감사를 요구하며 압박의 고삐를 조여가고 있다. 급기야 지난 23일에는 정기국회의 이슈로 급부상됐다.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두 재단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실세 개입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적절치 못했다. 의혹 보도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측면이 없지 않다. “대응 가치가 없는 터무니 없는 의혹보도”라며 무시하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점차 구체화되면서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의혹사건과 관련해 처음 언급했다. 이후 정부와 전경련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혹은 누구든 얘기할 수 있지만 의혹을 제기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불법사항에 대해서는 의법처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것임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 22일 “미르와 K스포츠는 기업들이 작년 여름부터 논의를 시작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청와대나 권력기관들이 관련된 의혹사건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 때마다 갖가지 의혹들이 난무하면서 불필요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의혹사건들의 상당수는 사실로 확인되면서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랴.”라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가끔은 의혹사건이 진실 규명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번 의혹사건에도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빠른 사실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혹은 방치하면 국가와 사회를 좀먹는 거대 악으로 변할 수 있다. 여당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류승민 의원 등이 언급한 것 처럼 검찰수사 등으로 하루 빨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의혹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를 최소화하는 길은 가급적 빨리 진실을 밝히는 것 뿐이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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