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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첨단기술 유출 이대로 둘건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0.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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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얼마 전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내 산업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다 적발된 건수는 280건에 이르며, 피해 규모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에 이르는 연간 50조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2010년 41건에서 2015년 51건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데다 정밀기계(33%)와 전기전자(26%), 정보통신(13%) 등 첨단 핵심기술이 새 나가고 있다.

기술 유출은 기업이나 연구소가 오랜 시간을 공들여 개발한 성과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신기술이나 경쟁사보다 앞선 공정 확보를 기대한 투자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만큼 기술 확보 못지않게 기술 보호도 중요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조기 퇴직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신분 불안을 느끼는 일부 연구원이나 직원들이 외국 기업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이 기술 유출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국내 업체들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정보보안 예산이 매출액의 1% 미만인 기업이 80% 이상인 데다 보안담당 부서를 설치한 기업도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독일 수준의 제조업 강국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제조업 2025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정보기술(IT), 고정밀 수치제어기와 로봇, 항공우주 장비, 해양 장비와 첨단기술 선박, 선진 궤도교통 장비, 에너지 절감·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장비, 신소재, 생물의약과 고성능 의료기계, 농업기계 장비 등 10개 부문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첨단 산업기술 격차는 3.7년으로 줄어들었다. 기술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는 만큼 기술 교류·개발을 둘러싸고 양국 간에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최대 국유 반도체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기업인 XMC의 지분 과반을 인수했다. XMC는 240억 달러(약 26조 5000억원)를 들여 자체 메모리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해 1차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D램 생산시설을 세운 뒤 기타 부품까지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하고 한국 반도체회사로부터 기술 습득도 뜻대로 되지 않는데 대한 ‘궁여지책’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까닭에 중국 등은 돈을 미끼로 기술 인력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을 통해 첨단기술을 빼내가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7월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에 근무하다 퇴사한 A씨 등 2명이 영업비밀 유출·부정사용 혐의로 구속되고 20명이 불구속 입건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이 중국 자동차 제조회사에 빼돌린 3D 설계도면은 차량부품 제작을 수주하면서 현대·기아차로부터 받았거나 설계용역 업체가 현대·기아차의 의뢰로 작성한 차량부품 도면이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협력업체에 대한 보안감사 과정에서 불법 유출 흔적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출된 자료에는 현대·기아차에서 개발 중이던 신차를 비롯한 수십 개 차종의 설계도면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도면이 생산에 사용됐다고 가정하면 자료가 유출된 2014년 이후 영업상 피해액이 70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며칠 전에는 삼성전자 임원이 최신 스마트폰 제조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아직까지 중국 등 해외 업체와 접촉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임원은 2010년부터 올 7월까지 스마트폰 제조를 위한 반도체의 전체 공정 흐름도 등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자료 6000여 장을 사전 신고 없이 무단 반출해 자택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은 개별 기업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국부 유출 행위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첨단 기술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우선 기업 자체의 내부감시망 등 보안 시스템 구축과 함께 개별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보안 교육 및 컨설팅 등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개발 퇴직자·협력업체를 이용한 기술 유출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개별 기업 차원 대응은 어렵다.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함께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퇴직후 관리시스템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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