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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3인조의 죄는 흙수저 물고 태어난 죄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0.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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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3인조가 국가를 상대로 18년에 걸친 투쟁을 벌인 끝에 겨우 억울함을 풀었다. 억울한 누명 속에 그들이 견뎌온 지난 18년은 현재 30대 후반인 삼례 3인조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황금 같은 시기였다. 그들이 지난 18년간 여러 증거와 정황 등 합리적 이유를 들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가 기관은 한결 같이 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돈도 없고 권세와 거리가 먼데다 전과자에 지적 장애자들로 이뤄진 삼례 3인조의 주장은 경찰에게도 검찰에게도, 심지어 인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 할 법원에게도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들 국가 기관 중 어느 한 곳만이라도 삼례 3인조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그들의 억울함은 조금이라도 빨리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삼례 3인조의 호소가 마침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종국엔 그들에게 28일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전주지법 형사1부가 강도치사 혐의로 기소된 뒤 저마다 3~6년에 걸쳐 징역형을 마친 삼례 3인조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비로소 삼례 3인조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유감의 뜻을 표했다.

삼례 3인조 사건의 개요를 다시 정리하자면 이야기는 1999년 2월 6일 새벽 4시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 시각 전북 완주군의 삼례읍에 있는 나라슈퍼마켓에 3인조 강도가 들이닥친다. 그들은 슈퍼마켓 주인인 유모 할머니(당시 77세)의 입을 청테이프로 틀어막은 채 금품을 강탈해 달아났다. 그들이 강탈해간 물건은 현금과 패물 등이었다. 그 당시 유모 할머니는 테이프로 코와 입이 막히는 바람에 질식사하고 말았다.

이 사건 용의자로 임명선(38) 강인구(37) 최대열씨(38) 3인이 용의선상에 올랐고 이들은 삼례 3인조 강도범으로 몰렸다. 이들 중 한명은 전과자이고 두 명은 지적장애자이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오락가락 진술을 했고, 그로써 진술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삼례 3인조 강도단으로 몰려 징역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사건 발생 두달여만인 1999년 4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가 경찰에 접수됐다는데 있다. 제보자는 삼례슈퍼마켓 강도범들로부터 패물을 받아 처분해준 사람이었다. 제보자는 경찰 뿐 아니라 검찰에도 같은 내용을 제보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나중엔 법원조차 진범이 따로 있다는 주장을 묵살했다.

심지어 피해자 가족까지 나서 삼례 3인조의 무죄를 주장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7월에야 그들의 재심 요구가 받아들여졌고, 마침내 이 날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까지 내려지게 됐다.

28일 전주지법 재판부가 삼례 3인조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유감 표명을 한 것은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재판부는 유감 표명과 함께 법원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로소 자유로운 영혼을 얻은 삼례 3인조는 어안이 벙벙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저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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