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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에서 만난 풍경]갈매기의 자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1.14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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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궁금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정말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까?

조롱(鳥籠)에 갇힌 새들은 답답해서 숨이 막힐 지경일까?

"새는 인지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유나 속박 따위를 느낄 수 없으며…."

이런 구구단 같은 대답으로 만족할 만한 명제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럴 때마다 궁금증의 터무니없는 증식을 막기 위해 하는 일이 기껏, 인간의 사고 틀에 몰아넣어 결론을 끄집어내는 것입니다.

 

"마음먹기 나름이야."

새장 안에서도 자유를 노래하는 새가 있고, 하늘을 날면서도 속박에 몸부림치는 새가 있을 것입니다.

속박에 몸부림치는 새에게는 어차피 끝없는 우주도 커다란 조롱에 불과하겠지요.

결국 자유와 속박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게,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내리는 결론입니다.

누구나 아는 흔한 경구 같은 결론이지만, 흔하다는 건 그만큼 진리에 가깝다는 뜻도 되겠지요.

강화도에서 석모도를 오가는 배를 타면 엄청나게 많은 갈매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배를 따라 하루 종일 부지런히 오갑니다.

그 곳의 갈매기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새우깡입니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높은 세상을 꿈꿀 틈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에게는 새우깡이 조롱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불쌍하거나 불행하기만 한 존재이고, 새우깡 따위는 무시하고 조나단처럼 높게 날아오르는 갈매기만 행복할까요?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세상은 빛과 그림자로 짠 직조물입니다.

밝음 뒤에는 분명히 어두운 그림자가 있고, 그림자 반대쪽에는 밝은 빛이 있습니다.

조롱에 갇힌 새를 보고 답답해하는 사람들은 조롱 속이 바람과 비, 천적으로부터 얼마나 안온한지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저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철새의 자유를 부러워하는 사람은 비바람에 날개가 부러지고 낙오한 새의 눈물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누가 뭐래도 당신은 지금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글 사진 : 이호준 (시인, 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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