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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면 랩, '삐' 소리 난무한다고 제일이랴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1.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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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힙합 스웨그가 뭔지 보여줬다. 배우 박준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육중한 풍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성량이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정확한 발음과 함께 박준면의 랩을 수준급으로 끌어올렸다. 뮤지션을 향한 존경을 담아 더욱 눈이 갔던 박준면의 랩, MC 산이의 말마따나 ‘물건’ 제대로 나왔다.

지난해 7월 위너의 멤버 송민호가 도마 위에 올랐다. Mnet ‘쇼미더머니4’에서 선보인 랩 가사가 적절치 않은 까닭이었다. 당시 송민호는 일대일 랩 대결을 벌이던 중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 가사를 읊어 논란의 물꼬를 텄다.

[사진=JTBC 방송캡처]

언뜻 그저 흘려들었을 수도 있을 법한 가사, 하지만 이는 몇몇 누리꾼들의 예리한 귀를 피해가지 못했다. 송민호의 랩이 전파를 탄 이후 각종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송민호의 랩 가사가 여성의 산부인과 검진 혹은 출산의 과정을 성관계에 빗댄 것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곧 여성 비하 논란으로 이어지며 논란을 심화시켰다. 나아가 누리꾼들은 적절하지 않은 송민호의 랩 가사를 편집하지도 않은 채 고스란히 내보낸 ‘쇼미더머니’ 제작진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자극성=시청률’을 의식한 나머지 논란을 예상하고도 이를 그대로 내보낸 것이 아니냐는 게 제작진을 향한 비난 여론의 요지였다.

결국 Mnet 측 관계자는 “이번 송민호의 랩 논란은 엄연히 ‘쇼미더머니’ 제작진의 실수다. 앞으로는 더욱더 편집에 신중을 기하겠다. ‘쇼미더머니’는 방송 심의 규정을 지키고 시청자의 정서를 고려하여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민호 랩 가사 논란과 같은 실수가 발생돼 시청자분들께 불쾌감과 실망감을 드리게 돼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로 송민호의 랩 가사 논란을 부랴부랴 사과해야 했다.

Mnet 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 운운했던 송민호의 랩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힙합 Swag(스웨그)라 이야기되며 용서될 수 있는 게 송민호의 랩 가사다. 스웨그란 힙합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허세나 자기 과시를 포함한 자유분방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러한 스웨그 정신을 전제로 했을 때 송민호의 랩 가사 또한 힙합 특유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므로 이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예전부터 힙합은 일종의 저항정신으로 여겨지며 국내 가요계에서도 신랄한 자기비판과 사회 풍자로 획이 그어져 왔다.

문제는 송민호가 놓친 한 가지다. 바로 공감대다. 제 아무리 신랄한 비판과 자기반성도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한다면 이는 무용지물이다. 공감대가 없는 랩은 힙합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킬 우려마저 있다. 송민호의 랩 논란이 좋은 예다.

실제로도 스윙스에서부터 스타트를 끊고 이센스로 기름이 끼얹어진 래퍼들의 디스 전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며 박준면 랩 못지않게 화제를 뿌렸다. 여기에 여성 래퍼 타이미와 졸리브이 역시 서로의 과거 치부를 후벼파며 서로를 향해 인신공격성 랩 가사를 쏟아냈다.

이들 래퍼와 송민호의 차이점은 단 하나다. 바로 공감대다. 제 아무리 자유분방함을 뼈대로 하는 것이 힙합 정신이라지만 수많은 대중을 공분케 한 송민호의 신랄한 랩 가사는 오히려 공감대 제로로 여겨지며 힙합의 저항정신을 위배했다. 워낙에 자극적인 가사가 판을 치는 ‘힙하퍼’들의 무대다. 짧은 랩 배틀에서도 몇 번의 ‘삐’ 소리는 옵션이다.

그렇다면 박준면의 무대는 어떨까. 15일, 박준면이 JTBC '힙합의 민족2'에서 선보인 랩은 함께 한 프로 래퍼들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내며 공감지수를 높였다. 이센스의 랩을 듣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이야기하며 그의 노래 ‘삐끗’을 선곡했던 박준면, 무대를 가득 채운 그녀의 무대에 래퍼들은 “잭팟이 터졌다”, “자기 옷을 스스로 만들어 입는 듯 했다", "랩을 진심으로 토해냈다", "랩 안에 드라마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라는 말로 호평을 쏟아냈다.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눈이 갔던 박준면의 랩, 진정성을 더한 그녀의 무대는 ‘힙합의 민족2’이 선보인 명장면에서 두고두고 이름이 오르내릴 전망이다.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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