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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간호사, 기쁨조도 아니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1.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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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이 게스트로 초대됐다. 이날 남궁인은 의료계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차별적 인식들에 대해 털어놓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남자는 의사, 여자는 간호사라는 인식이 있다”라는 일본 대표 오오기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 남궁인, 간호사에게 진찰을 받으면서도 ‘남자 의사’를 찾는 환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남궁인의 고백이 몇 년 전 분분한 설전을 불러왔던 간호사 댄스 논란을 상기하게 했다.

[사진=JTBC 방송캡처]

남궁인에게서 물꼬를 튼 간호사에 대한 차별적 인식, 이를 절감케 한 사건은 지난 2011년 12월 발생했다. 당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서울대병원 게시판에 “평간호사를 동원해 연말에 파티하려는 수술자 송년회를 당장 중단하라”는 내용의 벽보를 게재했다.

노조가 이러한 글을 올리게 된 건 그해 11월 노조 측으로 전달돼 온 익명의 편지 한통 때문이었다. 편지 속에는 “올해 12월 8일에 열릴 예정인 수술부 파티는 순전히 교수들을 위한 파티이며 이를 위해 80%에 달하는 평간호사들이 원치 않는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내키지 않는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편지 속의 파티란 서울대병원 수술부에서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송년 파티를 의미한다. 일명 ‘OR 파티’라 불리는 행사, 이는 지난 1970년에 시작돼 매년 개최되다 2005년부터 횟수를 줄여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것으로 축소됐다. 그나마 파티에 참여하는 간호사들의 준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당시 노조 측은 OR파티를 위해 평간호사들이 원치 않는 댄스를 준비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그해 파티를 위해 평간호사 9명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등의 무대를 준비해야 했다. 주로 신규 간호사들로 구성된 이들은 댄스 연습을 위해 한 달이 넘도록 매일 밤 10시까지 춤 연습을 해야 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당시 노조에 전달된 익명의 편지에도 “OR파티는 수술실 식구들을 위한 파티가 아니라 의사들, 특히 교수들을 위한 파티다. 즐거워야 할 연말 행사가 수술부 식구들을 너무나 힘들게 괴롭힌다. 밤늦도록 춤 연습을 하고 다음날 지친 몸으로 출근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기만 하다”며 OR파티의 실체를 고발하는 간호사들의 원성이 잔뜩 실렸다.

게다가 이러한 OR파티는 해마다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원에 가까운 예산이 드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비용을 지불해 이브닝드레스까지 맞춰야 한다는 게 간호사들의 하소연이었다.

당시 불거진 논란에 대해 노조 측은 “같은 직원이면서도 의사는 군림하고 간호부 관리자들은 그 상황을 부추기니 결국 그 속에서 평간호사들만이 어쩔 수 없이 희생될 뿐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간호부 조직 내에서는 아무도 섣불리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는 얘기다”라고 강조하며 논란을 심화시켰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OR파티에서 간호사들만이 장기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들도 색소폰 연주를 하는 등 각자의 장기를 선보이기 위해 연습 중에 있다. 또 OR파티 자체가 수술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안된 행사다”라고 해명하며 예정된 파티를 취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 많은 이들을 공분케 했다.

‘자발적’이지 않은 행위를 ‘강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었던 간호사 댄스 논란, 이날의 사건이 남궁인이 털어놓은 차별적 인식과 묘하게 오버랩 됐다. 오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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