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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경제사령탑 빨리 임명하라

우리 경제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위태하다.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극심한 정치 혼란을 겪고 있는 데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국익을 앞세워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큰 탓에, 가뜩이나 탈출구가 안 보이는 우리 경제가 아예 수렁으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0.8%)과 소비(-4.5%), 설비투자(-2.1%)가 모조리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수출 역시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까지 곤두박질쳤다.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경제성장이 고착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여기에다 가계부채는 지난달 말 현재 13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혼란과 내수,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마당에 가계부채가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 [사진 = 뉴시스 제공]

사정이 이런데도 얼마 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피의자 대통령’ 수사 발표 이후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불참하고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때문에 교체 통보를 받은 유 부총리가 부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모자라 국무회의까지 주재하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졌다.

더군다나 지금 경제는 후임 부총리 임명 절차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두 명의 부총리가 어정쩡한 동거를 하고 있다. 어수선한 정국에 묻혀 부총리 인사청문회 절차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경제부처 실무자들은 눈치만 본 채 일손을 놓아 경제정책은 실종된 상태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 상황 속에 당장 내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400조원 규모의 예산안 처리, 세법 개정안 등이 올스톱됐다. 경제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부처 간 정책조율도 난항을 겪어 내년도 경제정책 기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도대체 언제까지 경제가 표류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경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때를 놓치면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누가 가계부채를 비롯해 산적한 경제 현안의 해결을 진두지휘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검찰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기재부의 정책조정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올해 초 정부가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방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으로 롯데와 SK 등 재벌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까닭이다. 기재부 압수수색으로 경제정책의 동력이 더욱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경제 사령탑이 거의 한 달간 공백 상태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형식적으로 유 부총리가 여전히 모든 상황을 살펴보고 있지만 이미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뚜렷하다. 부총리가 두 명씩이나 있지만 기재부는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조기 인사청문회 필요성을 언급하던 여야 원내대표들도 지금 대통령 탄핵에 몰두할 뿐 그 누구도 청문회 개최를 거론하는 사람이 없다는데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야 3당 대표가 만나 청문회 절차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 처리에 우선 집중하고 임 부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이후에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안 처리도 화급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부총리 임명 문제를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 정략적인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다면 청문회와 탄핵안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할 것도 없다.

지금 당장 ‘원 포인트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경제부총리를 하루 빨리 임명해 경제팀의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국회는 임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절차를 밟는 한편 유 부총리와 진행해 온 40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다음달 2일 법정시한에 맞춰 먼저 처리하기 바란다.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외화 유동성 확충, 가계부채 관리,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대책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임 내정자는 인준 과정을 마치면 이같은 현안을 처리하기 위한 빈틈없는 대비책 강구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을 탄핵할 때 하더라도 경제부총리는 하루빨리 임명해야 하는 이유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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