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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경제사령탑 빨리 임명하라
업다운뉴스 | 승인 2016.11.28 09:37

우리 경제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위태하다.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극심한 정치 혼란을 겪고 있는 데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국익을 앞세워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큰 탓에, 가뜩이나 탈출구가 안 보이는 우리 경제가 아예 수렁으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0.8%)과 소비(-4.5%), 설비투자(-2.1%)가 모조리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수출 역시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까지 곤두박질쳤다.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경제성장이 고착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여기에다 가계부채는 지난달 말 현재 13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혼란과 내수,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마당에 가계부채가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 [사진 = 뉴시스 제공]

사정이 이런데도 얼마 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피의자 대통령’ 수사 발표 이후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불참하고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때문에 교체 통보를 받은 유 부총리가 부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모자라 국무회의까지 주재하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졌다.

더군다나 지금 경제는 후임 부총리 임명 절차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두 명의 부총리가 어정쩡한 동거를 하고 있다. 어수선한 정국에 묻혀 부총리 인사청문회 절차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경제부처 실무자들은 눈치만 본 채 일손을 놓아 경제정책은 실종된 상태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 상황 속에 당장 내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400조원 규모의 예산안 처리, 세법 개정안 등이 올스톱됐다. 경제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부처 간 정책조율도 난항을 겪어 내년도 경제정책 기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도대체 언제까지 경제가 표류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경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때를 놓치면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누가 가계부채를 비롯해 산적한 경제 현안의 해결을 진두지휘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검찰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기재부의 정책조정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올해 초 정부가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방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으로 롯데와 SK 등 재벌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까닭이다. 기재부 압수수색으로 경제정책의 동력이 더욱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경제 사령탑이 거의 한 달간 공백 상태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형식적으로 유 부총리가 여전히 모든 상황을 살펴보고 있지만 이미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뚜렷하다. 부총리가 두 명씩이나 있지만 기재부는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조기 인사청문회 필요성을 언급하던 여야 원내대표들도 지금 대통령 탄핵에 몰두할 뿐 그 누구도 청문회 개최를 거론하는 사람이 없다는데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야 3당 대표가 만나 청문회 절차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 처리에 우선 집중하고 임 부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이후에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안 처리도 화급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부총리 임명 문제를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 정략적인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다면 청문회와 탄핵안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할 것도 없다.

지금 당장 ‘원 포인트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경제부총리를 하루 빨리 임명해 경제팀의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국회는 임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절차를 밟는 한편 유 부총리와 진행해 온 40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다음달 2일 법정시한에 맞춰 먼저 처리하기 바란다.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외화 유동성 확충, 가계부채 관리,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대책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임 내정자는 인준 과정을 마치면 이같은 현안을 처리하기 위한 빈틈없는 대비책 강구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을 탄핵할 때 하더라도 경제부총리는 하루빨리 임명해야 하는 이유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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