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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담화로 백지 위 새 그림 그려야 할 듯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1.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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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국민들에게 백기투항했다. 사실상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이 마련되면 그에 따라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뜻을 밝힌 것이다. 이로 인해 국회의 탄핵 절차가 예정대로 추진될지 아니면, 정치권이 탄핵 절차를 중단하고 기존의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정권 이양 방안을 제시한다면 그 일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이 날 발표된 대국민 담화문은 200자 원고지 5장 분량의 짤막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러나 대국민 담화 내용에는 국민들이 그 동안 촛불 집회 등을 통해 요구했던 기본적인 내용들은 대체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현 사태를 초래한데 대한 사과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깊이 사과드린다."는 말로 먼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랜 뒤 최순실 게이트가 자신의 본의와 상관 없이 발생하게 됐음을 설명했다. 공적인 사업이라 믿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 일이었으며, 자신은 전혀 사익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사태가 벌어졌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

대국민 담화는 이어 그처럼 사심 없이 시작된 일이지만 대통령 자신이 주변 관리를 잘못함으로써 빚어졌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자신의 임기 단축 등 제반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가 혼란을 털어내고 본궤도로 되돌아 가길 바란다는 호소로 마무리됐다.

이 날의 대국민 담화는 최순실 사태 발생 이후 세번째로 이뤄진 것이었다. 앞의 두 차례 담화는 사과의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오히려 분노한 국민들을 더욱 자극함으로써 역풍을 불러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의 세번째 대국민 담화가 국민들의 하야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내용을 담음에 따라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항의 집회 열기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전격적인 대국민 담화 발표에 정치권은 그 의미를 해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들은 대국민 담화를 통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하며 탄핵 절차를 예정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하야 언급 없이 국회에 책임을 넘겼다고 주장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야 합의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퉁치기"라고 반발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이 스스로 책임지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담화 후속대책을 의총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한 뒤 일단 탄핵 절차는 절차대로 이어가겠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 여러분,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습니다.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 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 드립니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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