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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건어물녀, 이런 여자 어때요?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2.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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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수경의 민낯이 선명히 드러났다. 2일 MBC ‘나혼자 산다’를 시청한 이들은 한결같이 “몰라 봬서 미안합니다”라며 이수경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머릴 감긴 감아야겠다 싶어 앞머리만 감는 여자, 물 바랠 고민할 필요 없어서 회색 트레이닝복만 3벌 가지고 있는 여자,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입고 시장을 배회하는 여자, 바로 이수경이다.

[사진=MBC 방송캡처]

누리꾼들은 ‘나혼자 산다’ 속 이수경의 싱글라이프를 보며 약속이나 한 듯 건어물녀를 입에 올렸다. 언젠가부터 ‘초식남이란 단어가 현대 남성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초식남은 지난 2006년 일본 작가 후카사와 마키가 처음 사용하면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단어다. 남성을 순한 초식동물에 빗댄 이 말은 혼자 있기를 즐기며 연애와 결혼엔 관심이 없는 20~30대 젊은 남성들을 가리키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

홀로 삶을 즐기는 남성을 초식남이라 한다면 여성들에게는 건어물녀가 있다. 이수경의 싱글 라이프로 상기된 건어물녀는 2007년 7월 일본에서 방영되며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호타루의 빛’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다. 직장에서는 더없이 완벽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집에만 오면 180도 달라져 혼맥에 건어물을 질겅질겅 씹으며 고독을 즐기는 여자들, 대부분의 건어물녀는 초식남과 마찬가지로 연애세포가 말라비틀어져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나혼자 산다’를 통해 드러난 이수경의 건어물녀 면모, 과연 그녀와 같은 건어물녀 일상을 만끽하고 있는 여성들은 얼마나 될까.

몇 년 전 조사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대 미혼여성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자신이 이수경과 같은 건어물녀라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 미혼여성 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4.4%의 여성이 스스로를 건어물녀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건어물녀들은 ‘귀가 후에는 늘 같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지낸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건어물녀의 일상도 이수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 건어물녀들은 ‘휴일은 무조건 노메이크업으로 지낸다’, ‘귀찮아, 대충, 뭐 어때 등의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라면을 끓이면 그릇이 아닌 냄비 채로 먹는다’등으로 자신들의 일상을 드러냈다.

이어진 일상도 이수경의 그것과 풍경을 같이 했다. 대부분의 건어물녀들은 ‘만약 현관에서 구두를 신은 상태에서 깜박한 물건이 생각나면 그걸 찾으러 까치발로 방에 들어간다’, ‘제모는 여름에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혼자 TV를 보면서 혼자 열을 낸다’, ‘냉장고에 변변한 먹을거리가 그다지 들어있지 않다’고 응답하며 건어물녀의 일상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현대 남성들은 이수경과 같은 건어물녀들을 어찌 생각할까.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 10명 가운데 6명은 건어물녀의 자유로운 일상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남성들은 ‘꽤 인간적이다’,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냐’, ‘솔직해서 좋다’,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등의 말로 호감의 이유를 들었다. ‘

물론 건어물녀의 자유분방한 일상을 그리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남성들도 있었다. 이들은 ‘왠지 여성스러운 매력이 없을 것 같다’, ‘이성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게을러 보인다’, ‘집 안에서와 밖에서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 ‘어쩐지 자기계발까지 소홀히 할 것 같다’, ‘여성에 대한 환상이 깨질 것 같다’는 말로 건어물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매일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 여기에 숨막히는 조직생활까지 더해지면 머릿속은 그저 ‘쉬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가득찬다. 눈뜨자마자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하루종일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퇴근 후에 만끽하게 되는 혼자만의 일상은 그야말로 금쪽같은 시간이다.

건어물녀의 일상을 ‘게으르다’ 비난하는 이들에게 나름 항변거리는 있다. 귀가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얼굴을 두텁게 덮고 있었던 메이크업을 지우고 허리를 조이는 투피스를 던져버리는 순간, 높은 하이힐에서 내려와 지면에 발바닥을 온전히 대는 그 순간이 선사하는 희열을 보통의 남자는 과연 알까.

이수경과 같은 건어물녀에게는 몸에 착 감기는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살얼음 낀 맥주를 ‘캬’하고 들이키는 순간이 일상의 고됨을 씻어내는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홀로 자유로움을 만끽할 때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어물녀, 더하기 빼기 하나도 필요 없이 딱 그자체가 건어물녀였던 이수경의 일상이 주변에 적지않게 포진해 있을 또 다른 건어물녀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했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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