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의 주인공은 단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실질적인 리더라는 점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시종일관 의원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았다. 앉은 자리도 정 가운데였던데다 그에게 질문이 집중된 까닭에 이 날 청문회는 '이재용 청문회'로 불리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날 귀를 쫑긋하게 할 정도의 몇가지 답변을 내놓았다. 차분한 목소리로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거친 질문 공세를 받아넘기는 등 방어적 자세를 취한 그였지만, 종종 파격적인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와 사실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 의사 표현이었다. 미전실은 의원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던진 단골 질문 소재 중 하나였다. 삼성이 최순실 소유의 독일법인으로 37억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 한 곳이 미전실이었다.

미전실은 삼성그룹의 주요 전략을 짜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중추 기구이다. 문제는 법적 근거도 없고, 그로 인해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기구가 그룹 전반을 관리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이었다. 그런 까닭에 삼성의 미전실은 이전부터 숱한 구설을 몰고 다녔다. 이전의 삼성특검 때도 미전실의 폐해가 부각되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미전실 폐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이 이건희 회장의 폐지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미전실 폐지를 권고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미전실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감안하더라도 이 날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은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전실 처리 방향에 대해 '고려'나 '참고' 정도가 아니라 "해체하겠다."고 단언했다.

삼성의 전경련 탈퇴 약속 역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전경련 해체와 새로운 싱크탱크의 설립을 제안하며 의향을 묻자 "해체라는 말을 꺼낼 자격은 없다."면서도 삼성 탈퇴를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향후 전경련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고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같은 대답이 나오기에 앞서 하태경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설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전경련에 대한 삼성의 기부 중단을 선언하라."고 다그쳤다.

이로 인해 전경련의 위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삼성이 사실상 전경련의 중심축으로 활동해온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