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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김기춘, 예능과 실전은 달랐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2.0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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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만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잡았다. 하지만 박영선 의원 한명만으로는 김기춘 전 실장의 오리발을 뽑아버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질의하는 의원들만큼이나 대중도 답답한 속을 주먹으로 두드려야 했다.

지난 2014년 7월, MBC ‘무한도전’에서는 장기프로젝트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를 끝마친 무도 멤버들이 위기 안전 대책본부를 가동하며 박명수를 긴급소환해 청문회를 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앞서 박명수는 5개월간 이어진 KSF 준비 기간 중 지극히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며 누리꾼들의 원성을 샀다. 출전 선수로 발탁되지 않아 유재석의 서포터즈 임무를 부여받은 박명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여 누리꾼들을 분노케 했던 것. 연신 졸린 모습으로 눈꺼풀을 가누지 못해 유재석으로 하여금 “서포터즈가 아니라 슬리퍼즈다”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던 박명수의 모습은 충성심 강한 무도의 팬들에게도 적잖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박명수 청문회는 이러한 무성의함을 질타하기 위해 열렸다. 그리고 여느 청문회가 그러하듯 긴급 호출된 박명수에게 무도 멤버들은 돌아가며 강도 높은 질문을 퍼부었다. 시청자 게시판에 박명수를 비난하는 글이 60%를 넘었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압박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박명수 청문회에 재미를 배가시켜줬다. 여기에 멤버들의 질문이 시작되기도 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라 말하며 국회 청문회를 우스꽝스레 패러디하는 박명수의 여유로움 또한 누리꾼들을 폭소케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명수 청문회는 지은 죄의 대가를 달게 받게 하는 통쾌함과 더불어 무도만의 풍자의 색깔까지 선명히 하며 웃음의 강도를 배가시켰다. ‘틈만 나면 인사개편’, ‘논란과 상관없는 언론플레이’,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 ‘30초만 숨 쉴 시간을 달라’ 등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 대사는 박명수 청문회의 풍자의 강도를 높이며 누리꾼들을 빵 터지게 했다.

그렇다면 실제는 어떨까. 아쉽게도 예능과 실제는 많이 달랐다.

지난 7일, 국회에서는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을 위한 국정조사 국조특위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김기춘 전 실장은 의원들의 집중 질의에도 불구하고 시종 오리발을 내밀었다.

실제로 김기춘 전 실장의 모르쇠에 질의를 쏟아내던 의원들이 연신 분통을 터뜨렸다. 김성태 위원장은 "증인들이 사법적 판단만 중시해선 안 된다. 국민들의 알 권리는 무시하는 증인들의 증언 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살 것이다"라며 고발조치까지 언급했으며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김기춘 증인은 죽어서도 천당은 못 갈 것 같다. 반성 좀 해라"라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김기춘 전 실장의 오리발에 분노한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김기춘 증인의 주장대로라면 故김영한 전 수석이 자신의 수첩을 날조하고 거짓 소설을 썼단 말인가. 김 실장! 국민 앞에 진실을 말해라"라고 소리쳤으며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김기춘 전 실장 앞에다 거짓말 탐지기를 갖다 놓으라는 국민들의 요구도 있다"며 김기춘 전 실장을 비난했다.

그나마 김기춘 전 실장을 잡은 건 박영선 의원이었다. 이날 박영선 의원은 "예전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내가 보는 앞에서 김기춘 전 실장에게 전화를 많이 걸었었다. 그때 김기춘 전 실장의 전화음성을 내가 절반 정도는 들었다. 물론 故김영한 비망록에 나오는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사항들을 내가 귀로 직접 들은 일도 있다"라며 김기춘 전 실장을 추궁했다.

이에 김기춘 전 실장은 "내가 지시를 전혀 안 내렸다는 게 아니다. 김영한 비망록에 적혀있는 것처럼 '세월호 시신 인양을 하면 안 된다' 이런 식의 지시를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내린 적은 없다는 거다. 아마 ‘시신을 인양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해명하며 처음으로 자신이 지시한 사항이 있음을 일부 시인했다.

또한 박영선 의원은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를 모른다고 답한 김기춘 전 실장에게 “2004년도에 정윤회가 당시 박근혜 의원의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그때 내가 의원회관에 정윤회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그 자리에 김기춘 전 실장도 있었다. 당시 법률자문위원장이었지 않냐. 그런데도 정윤회를 모른다고 하는 거냐. 하늘이 무섭지 않냐”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김기춘 전 실장은 다시 “나는 정윤회와 접촉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며 답변의 뉘앙스를 미묘하게 바꿨다. 오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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