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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생화 기행]꽃 탐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좀딱취!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12.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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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Ainsliaea apiculata Sch.Bip.

2015년 12월 21일 동백꽃을 소개하면서 시작한 ‘업다운뉴스(http://www.updownnews.co.kr/)의 야생화 기행’이 어느덧 1년이 되어갑니다. 현재 한반도에는 300여 종의 특산식물을 비롯해 모두 4,800여 종의 풀과 나무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년 열두 달 가운데 12월과 1~2월 겨울에는 대부분의 식물이 겨울나기에 들어가니 나머지 9개월 동안 1주일에 평균 120종의 풀과 나무가 꽃을 피운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애써 야생화를 찾아다닌다는 이도 한 해 동안 보는 꽃은 전체의 10% 정도인 500종을 넘기 어렵다고 합니다.

 

늘 푸른 식물 이외 모든 것이 스러지는 계절, 키도 크기도 작은 좀딱취가 온 숲의 주인인 양 당당하게 흰색의 꽃을 활짝 피우고 당당하게 서 있다.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사이에 90% 이상의 풀과 나무들이 저 홀로 꽃을 피웠다가 저 홀로 진다는 뜻이니 우리의 인지 능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새삼 절감합니다. 어쨌거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동백꽃으로 시작한 야생화 탐사의 첫해를 무슨 꽃으로 마감할까 잠시 멈칫했으나 주저 없이 꼽은 건 바로 좀딱취입니다. 울긋불긋 물들었던 단풍이 깡마른 가랑잎이 되어 찬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시절, 갈수록 스산함만 더하는 텅 빈 숲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영롱하게 반짝이는 작은 꽃이 바로 좀딱취입니다.

 

 3개의 작은 꽃이 모여 하나의 꽃처럼 보이는 좀딱취 꽃. 여러 개의 꽃이 모여 하나의 머리를 이루는 전형적인 두상화(頭狀花)의 모습을 보여준다.

꽃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이들이 열에 아홉 하는 말이 있습니다. “좀딱취를 보았으니 이제 한해 꽃 농사도 끝이구나.” 그렇습니다. 한겨울 동백꽃으로부터 시작된 꽃 탐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게 바로 좀딱취입니다. 물론 개쑥부쟁이와 산국·감국 등 9·10월부터 핀, 이른바 들국화가 늦게는 눈 내리는 초겨울까지 뒷동산을 지키겠지만,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에서 10월 이후 새로 피는 가을꽃으론 아마 바위솔속(屬) 식물과 좀딱취가 유이(有二)할 것입니다.

 

원 줄기 밑에 달걀이나 심장, 콩팥 모양으로 빙 둘러 난 이파리와 길게는 30cm까지 곧게 뻗은 꽃대, 그리고 최대 10여 개까지 달리는 흰색의 꽃으로 이뤄진 좀딱취가 늘씬하고 단정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키 작고 못난 사람을 좀팽이라고 비하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좀’ 자가 인간 세상에선 낮은 대우를 받지만, 자연계에선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전초(全草)가 8~30cm로 키도 크기도 작지만, 작은 거인이란 말이 있듯 모든 것이 스러진 계절 저 홀로 핀 좀딱취는 온 숲의 주인인 양 의연하고 당찬 모습입니다. 곰취 등 ‘취’자가 든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국화과인데, 흰색으로 피는 꽃의 생김새는 단풍취와 비슷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일리 있는 추정으로, 좀딱취는 단풍취·가야단풍취와 함께 국내에 자생하는 국화과(科) 단풍취속(屬) 3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름에 피는 단풍취와 꽃 모양이 많이 닮았지만, 전초나 꽃의 크기는 키다리와 난쟁이만큼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딱취’란 식물의 존재를 알 수 없으니, 오히려 ‘좀단풍취’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14년 가을 중국의 황산에서 만난 좀딱취. 해발 1,800m의 고산인 황산의 ‘가을 야생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개체 수가 많았다.

국내의 경우 제주도 및 남부 지방에 자생한다고 하는데, 안면도 어름이 북방한계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주도를 비롯해 서남해안의 섬과 내륙의 그늘진 곳에서 주로 자생합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10월 중순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중국인들이 ‘천하제일 명산’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의 황산(黃山)을 오르내리면서 좀딱취를 줄기차게 만난 것입니다. 우리나라 충남 안면도 숲의 그늘진 곳에서 보았던 좀딱취가 해발 1,864m의 황산 등산로 주변에서 줄줄이 꽃을 피웠는데, 가을 황산의 대표 야생화라 일컬어도 될 만큼 개체 수도 풍부했습니다. 황산의 경우 북위 30도로 제주도보다 3도나 위도가 낮지만, 해발 1,800m가 넘는 고산이어서 식생이 대략 제주도와 흡사하기 때문으로 추정했습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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