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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전경련 시대 소임 끝났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2.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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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불려나온 8개 재벌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경련 해체 찬반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찬성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해체보다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형태로 전환하자는 대안을 내놨다.

삼성 등 주요 회원사들의 탈퇴 공개 선언으로 해체 위기에 몰린 전경련은 내년 2월 정기 총회 때까지 존폐 문제 등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전경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전경련을 해체해야 하는지, 해체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라며 “내년 2월 정기 총회 때까지는 그 진로가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전경련은 대기업 위주 오너들이 모여 결성한 민간 임의단체다. 산하에 한국경제연구원과 중소기업협력센터, 국제경영원 등을 두고 있다. 연간 운영자금은 600여개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 400여억 원과 회관 사무실 임대수입 등 700여억 원에 이른다. 과거 주요 국가적 이슈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경제성장론의 보루 역할을 해왔지만, 최종현 회장 시절 금리인하론 등을 펼치며 성장 담론을 주도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김우중 회장은 ‘500억달러 무역흑자론’으로 관료 그룹과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낡은 프레임에 갇혀 양극화, 경제민주화 등과 같은 새로운 이슈를 따라잡지 못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변신하는데 실패했다. 세대교체와 외연 확장에도 소극적이었다. 벤처기업들에 문호를 개방하고 SMㆍYG엔터테인먼트 등을 새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여기에다 ‘법인세 인상 반대’,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 등 각종 이슈에 대한 맹목적인 대기업 옹호 논리로 설득력을 잃었다. 재계 맏형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리더십을 상실한 채 기업별 기부 순서와 금액 할당 비율을 정해 돈을 걷는 자금 갹출 창구로 전락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경련 해체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좌파 진영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간간이 나온 해체 주장은 올해 4월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의 관제 데모에 거액의 뒷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본격화됐다. 이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체 요구는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전경련이 권력과 결탁해 정경유착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재계에서조차 “이런 전경련이 왜 필요하냐”는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는데 있다. 대기업은 “전경련이 재계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도리어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경련이 회장(비상근) 아닌 상근 부회장 중심의 사무국 주도 체제로 변질되면서 재계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문제로 시키는 대로 했던 애꿎은 기업인들만 곤란하게 됐다는 불만도 크다.

이런 만큼 재계 총수들은 갈수록 전경련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회장직을 서로 맡지 않으려 해 선임 때마다 ‘구인난’에 시달린다. 지난해엔 부회장으로 추천받은 대기업 오너들이 대부분 고사했다.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관여 외에도 이명박 정부 때는 미소금융재단, 박근혜 정부 들어선 청년희망재단의 모금에 앞장서기도 했다.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전경련의 잇따른 일탈이 재계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전력 등 공기업 9곳이 탈퇴했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이미 탈퇴를 선언했고, 수출입은행 등은 내년초 탈퇴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전경련이 해체되더라도 대한상의나 경총 등을 통해 재계의 고충과 이익을 대변하는 데 문제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재계 대표단체 역할이 이미 전경련을 떠나 대한상의로 넘어갔다는 시각도 있다. 전경련은 개발 시대의 소임을 다한 만큼 이제 발전적 해체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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