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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 마당] 쌍용차, 희망을 쏘아올리다
[업다운 논객 마당] 쌍용차, 희망을 쏘아올리다
  • 업다운뉴스
  • 승인 2016.12.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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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경제연구소들이 일제히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이들 경제연구소의 2017년 전망은 온통 잿빛으로 가득하다. 내년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왔던 내수의 신장세마저 꺾일 기미가 뚜렷해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연구소들은 예측했다.

얼마 전 LG경제연구원이 밝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였다. 이보다 앞서 나온 한국경제연구원(2.1%)의 전망치보다는 조금 높지만, 한국금융연구원(2.5%), 한국개발연구원(KDI·2.4%) 전망치보다는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의 전망치(2.8%)와 비교하면 0.6%포인트나 낮다. 하지만 여기에는 온 국민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은 아예 반영되지도 않았다. 이 점을 감안하면 내년 성장률은 더 낮아질 게 확실하다. 특히 정치상황의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의 소비 위축, 투자 지연이 나타날 뿐 아니라 생산과 노동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는 탓이다.

                     [사진 = 뉴시스 제공]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쌍용자동차가 9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월 선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실용성, 부담 없는 가격 등으로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티볼리(티볼리에어 포함)는 올해 1~11월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점유율 55.1%를 차지하며 1위를 굳건히 지켰다. 기아차 니로(18.3%)와 르노삼성 QM3(14.3%), 한국GM 트랙스(12.2%) 등 추격자들을 가볍게 따돌렸다. 출시 첫해인 지난해에만 국내외 시장에서 6만대가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출시 23개월만인 12월 하순에 내수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티볼리가 쌍용차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법정관리까지 내몰리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쌍용차는 몇 차례나 주인이 바뀌는 어려움 속에서도 노사가 한 마음으로 구사(救社)에 나서 티볼리 신화를 일궈냈다. 사원들은 ‘사즉생’(死卽生)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파업을 자제하고 인력 충원도 마다한 채 밤을 낮삼아 생산성 제고에 힘썼다. 쌍용차가 7년 동안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고 노사 공동으로 생산성 향상에 두팔 걷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현 경영진에 대한 무한 신뢰와 지원도 한 몫 했다.

쌍용차의 흑자 전환은 경쟁사들이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현대·기아차는 10월 내수시장 점유율이 58.9%에 머물러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60%대가 붕괴되는 수모를 당했다.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5조원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는 바람에 글로벌 800만대 목표 달성도 사실상 물 건너 간 형국이다. 강성노조 리스크와 노사상생 노력이 기업 경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쌍용차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티볼리에 쏠린 수익 구조로는 지속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티볼리가 효자 차종인 것은 맞지만 쏠림 현상으로 차종 간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SUV에 강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중이 선호하는 승용차를 개발하는 등 차종을 다각화해야‘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쌍용차의 세단형 승용차종은 대형차 모델인 체어맨 뿐이다. 체어맨은 올 들어 월평균 판매량이 80대에 그칠 정도로 줄었고 주력 차종인 렉스턴과 코란도의 실적도 고만고만하다. 티볼리가 소형 SUV 시장에서 쾌속 질주할 지도 불투명하다. 경쟁 차종인 기아차 니로와 르노삼성 QM3의 공세도 매서운 데다 새롭게 단장한 쉐보레 트랙스의 반격 또한 만만찮다.

그렇지만 노사가 똘똘 뭉쳐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는 것이 쌍용차의 소중한 자산이다. 벼랑 끝에 섰던 과거 악몽을 떨치고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면서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덕분이다. 온 나라가 아수라장에 빠진 2016년 연말, 쌍용차는 희망을 쏘아올렸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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