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정유라가 꼬리를 밟혔다. 덴마트 경찰은 2일 새벽 2시경 덴마크 북부 올보로그 지역 인근에서 정유라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했다. 정유라와 함께 2015년생 아이와 다른 2명의 성인도 함께 검거됐다. 경찰은 2일 오전 정유라 체포 소식을 전달받고 이를 특검팀에 통보했다.
정유라의 체포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관계 기관에서 우리 부에 정유라의 신병인도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즉시 그와 관련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상태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새누리당 간사 이완영 의원도 같은 시각 덴마크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졍유라가 체포되기 전 JTBC가 입수 공개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AI 방역 제도 관련 해외시찰 계획안’ 문건에 따르면 이완영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6박 8일간의 일정으로 덴마크와 프랑스 등을 방문 중이다.
애초부터 이완영 의원이 일주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덴마크 등지를 방문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달 15일을 기해 종료된다.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완영 의원이 해외시찰에서 돌아오면 채 보름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특조위가 마무리 지어지는 셈이다.
특조위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엉덩이에 불나도록 뛰어다녀도 모자랄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찰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이완영 의원에게 불편한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완영 의원은 해외시찰을 떠나기 전인 지난달 28일 국조특위 위원들의 ‘최순실 강제구인법 직권상정 촉구’ 성명에도 불참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타이밍인지 참 절묘하게도 같은 시각 같은 덴마크 하늘 아래 있었던 정유라와 이완영 의원, 이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완용인지 이완영인지 하는 새누리 간사가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청문회에 투입됐다는 나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근거 사진들이다”라는 말과 함께 이완영 의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운영하는 가족 회사의 전무 이정국과 술자리에 동석 중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5차 청문회에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완영 의원과 최순실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한 모임에서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여름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이에 대해 이완영 의원은 “재경 고령향우회 모임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앞서도 20년 전 한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폭로가 전해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완영 의원이다. 지난달 30일, 한 매체는 “이완영 의원이 1996년 5월 초 25살의 여성 A씨와 술자리를 가진 후 자신의 차 안에서 A씨에게 성폭력을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매체의 보도는 꽤 구체적이었다. 당시 노동관련 전문지 기자였던 A씨는 그 즈음 출범한 청와대 직속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노사관계개혁위 운영과장이었던 이완영 의원을 만났다.
취재 후 이완영 의원의 제안으로 A씨를 비롯해 노동부 사무관 B씨 등 3명이 정부 과천청사 인근 단란주점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A씨는 이완영 의원이 권한 폭탄주를 거듭 마시고 만취했다. 술기운에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이완영 의원이 그의 차 안에서 A씨의 손을 자신의 주요 부위에 가져다대고 A씨의 상의를 들어올리며 가슴을 만지려 했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다음날 A씨는 이러한 사실을 소속 언론사 부장에게 알렸지만 사건은 윗선에서 유야무야됐다. 이에 대해 언론사 부장은 “그때 A씨의 얘기를 분명히 들었다. 그리고 내가 윗선에 보고까지 했다. 지금와서 보니 내가 너무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A씨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그녀가 더 큰 상처를 입을까 우려해서 사안을 넘겼었다”고 회상했다. 김가희 기자